<변화하는가정건강한삶>6촌이내 친척모여 1박2일 대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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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족형태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있다.주말가족.노인 단독가족.편부모 가족등 전문가들은 가족형태의「혼돈시대」라고 진단한다.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가정의 해.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같은「혼돈의 시대」에 새로운 가족적 삶을 만들어가는 건 강한 가족들을 소개해본다.
[편집자註] 외동아이 아니면 기껏해야 두세명의 형제자매속에서자라는 요즘 아이들.
이들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다.자기밖에 모르고 핏줄은더더욱 모르고….
매년 여름이면 40여명의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가족수련회」를 통해 가족간 유대를 다지는 李相成씨(58.충북영동 화곡국교 교장.충북청주시사창동293의4)가족.자녀들에게「나」만이 아닌「우리와 그 뿌리」를 알게하고 핏줄간의 정을 알게해준다는 점에서 점차 핵가족화해가는 요즘의 우리 가정들에 시사하는 바가크다.최연장자인 李교장을 비롯해 李교장의 5남매와 그 자녀,그리고 한살바기 손자들까지 6촌 이내의 친.인척들이 서울.인천.
대전.청주.안양등 전국에서 모여 한 자리에 함께하는 수련회를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30년전 우리 5남매중 막내 여동생이 결혼하면서「남매계」를해왔어요.그러다 가족수가 늘어 더이상 집안에서 모임을 갖기 힘들어 뭔가 재미있고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을 찾게 됐죠.』모임을 통해 요즘 아이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핏줄. 공동체 의식등을 심어주고 세대간 거리감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수련회를 마련했다는 李교장의 말.
李교장의 부모 이름에서 각각 한자씩 따와 이름붙인「正運수련회」는 지난해 아이들이 방학중인 8월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李교장이 근무하는 충북 영동 화곡국민학교 교정에서 처음으로진행됐다.
프로그램의 시작인 총회에서는 李교장의 5남매가 졸업한 옥천군청산국민학교 후배 6명에게 조금씩이나마 장학금을 지원해온「정운장학회」에 대한 운영보고가 주의제.
『지난날 어렵고 힘든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요즘 아이들에게 체험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마련했다』는 저녁식사를 어른들은 어려웠던 시절을 되새기며,요즘 아이들은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먹었다고 한다.
가능한 한 서로 다른집 식구와 자면서 그간의 나누지 못한 얘기들로 밤을 새운 총35명의 가족들은 먼동이 틀무렵 기상,왕복2시간 거리에 있는 조상의 산소까지 아침공기를 가르고 구슬땀을흘리며 걸어가 성묘하며 조상을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가장 연장자인 李교장이 사회를 본 체육대회.오락시간엔 李교장을 비롯,나이많은 이들이 꼬흘리개와 함께 산토끼춤을 추고 노래하는 등 바람을 잡은 덕분에 시아버지와 며느리,시삼촌과 조카며느리 사이에 흉허물이 없어지고 손자들이 할머니.할 아버지를 어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수련회 이후 집안의 조카며느리가 어려운 일이 있을땐 상의를해오곤 합니다.』 李교장의 동생인 상철씨(56.사업)는 앞으로이런 수련회를 몇번만 더해가면 서로 돕고 함께하는 대가족제도의미덕을 이어 받으리라는 확신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수련회 기간중 함께 참여하지 못한 이종.고종사촌들이 너무도 부러워했다고 전하는 李교장은 참가자 전원이 수련회를 계속하기를 원해 해마다같은 때 수련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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