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고현학>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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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랩은 근본적으로 음악이라기보다 언어예술이라 할수 있다.
랩이 실리는 음악은 화음이 거의 없는 리듬만으로 구성돼있다.
그 리듬은 개별 작품마다 차별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랩의 고유한 특성은 언어자체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중얼중얼대다」는 뜻의 랩은 원래 미국 흑인들,그것도 뉴욕 할렘가 같은 동부 빈민촌의 장난기가 다분한「말」이다.
랩의 언어를 풍부하게 만든데에는 교회가 쩌렁쩌렁 울리게 설교하는 목사,FM라디오에 쉬지않고 떠드는 DJ,감성에 복받쳐 울부짖기까지 하는 시낭송자 등이 큰 몫을 차지했다.
랩은 수많은 은어와 속어의 공장이자 전시장이다.
이러한 형식에 당연히 타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이 담기게 됐고사회의 부조리에 극단적으로 비아냥거리게 된다.
80년대중반부터 랩이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나서면서 랩은 점차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간다.
처음엔 디스코 리듬에만 적합해 보였던 랩은 괴상한 펑크 리듬과 변조된 레게 리듬에도 잘 어울리게 된다.
또 대중성을 겨냥하는 유럽과 동양의 랩퍼들은 미국 흑인들보다는 상당히 순화된 랩 언어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의 자크 투봉 문화장관은 밀려드는 영어의 홍수로부터 프랑스어를 보호하기위한 운동을 강조하면서 프랑스 랩 그룹인「MC솔라」가 프랑스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은 랩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 다.
투봉장관은「MC솔라」가 북구출신의 소설가 보리스 비앙이나 캐나다의 작가 보비 라포앵트가 프랑스어를 발전시킨 것에 버금갈 만큼 혁신적이라는 아이러니를 주장하고 있다.
대중예술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랩이 이제는 세계 각국의 자국어로 확산되면서 세계화하고 있다.
역시 가장 특수한 것이 가장 세계적인가.
〈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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