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단>謫所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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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규가 울어 만 리 첩첩산중 영월 땅 나누어 가질 이 하나 없는 소리들은 칠흑의 西江을 끌며 먼 곳으로 가고 있다 꽃 이파리 흘러오는 급류 한 모퉁이쯤 애락의 흰 그림자도 간간 비춰보는 벚나무 환한 앞산에 이마를 짚은 어둠 캄캄한 베갯머리 용안을 적셔놓고 높아 홀로 서럽던 꿈 닦으며 닦으며 청령포 저문물소리 아름다운 저녁에 먼 훗날 때로는 인적없는 그믐달빛 저기잡풀 자라는 언덕바지 길 위에 홍자빛 자규로 울며 내마음 타고있거라. ▲1962년 경남양산출생 ▲중앙시조 지상백일장 연말장원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 수상 ▲작품집『겨울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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