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라크 발 빼기' 가속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3일(현지시간) 바스라 시내 바스라궁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 550명을 전원 철수시킨 뒤 현지의 치안권을 이라크군에 넘겼다. 이들 550명은 앞서 철수한 병력 5000명이 주둔 중인 바스라 공항 내 영국군 기지에 합류했다.

이라크 바스라 군작전사령관은 3일 "영국군이 2일 오후 11시 바스라궁을 떠나기 시작해 오늘 오전 4시30분 철수를 완료했다"며 "이제 이라크 군이 바스라궁 치안을 맡게 되며 관계자 외에는 아무도 이곳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영국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 전쟁 개입을 공식 선언한 지 55개월 만에 이라크 주둔 병력의 중심기지로 사용하던 바스라궁을 넘겨주면서 이라크 '조기 철군' 작업을 본격화했다. 영국 의회는 이번 철수에 따라 올 가을까지 상당수 병력이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3년 이라크전 초기 미군과 함께 남부 바스라를 장악한 영국군은 한때 이라크에 4만 명까지 투입할 정도로 전쟁에 적극 개입했다. 그러나 이후 이라크전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고조되고 외부로부터의 테러 위협이 가중되자 철군을 시작, 2005년 초까지 주둔 병력을 9000명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현재는 7000명 정도가 주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이 같은 '이라크 발 빼기'는 고든 브라운 총리 취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월 "현지 상황이 요구하고, 현지에서 할 일이 남아 있는 한 2008년까지는 이라크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월 취임한 브라운 총리는 개각 과정에서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던 데이비드 밀리밴드 환경장관을 외무장관에 기용하는 등 이라크전 반전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미국 위주의 '대이라크 정책'에 변화를 시사했다.

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