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제재 반대하는 중국 설득 거부하면 태도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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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泳三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中國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中國 역할론」이 급부상해 북한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국면이급변하고 있다.
中國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유엔 安保理에서 보인「대화 해결」이란「소극적 역할론」에서 벗어나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하는「적극적 역할론」으로의 자세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 당일만해도 중국은「대화 해결」이라는 원칙론에 머물면서 북한편들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지만 정상회담 내용이흘러나오면서 이같은 중국의 태도변화가 알려져 앞으로 핵 국면에어떤 변화를 야기시킬 것인지 관심을 끈다.
정상회담뒤 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중국역할론은 여러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을 수행중인 정부고위 당국자는 30일『江주석이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는 뜻을 정상회담에서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두정상이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중국이 적극적인중재역할을 담당하며▲韓中양국이 북한의 개방및 미국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공동지원해주며▲핵문제의 정세분석과 대책마련에 적극 참여하는 韓.美.中 협력체제를 강화한다는데 합의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역할론은 계속 확인되고 있다. 金대통령은 29일 北京大에서의 연설에서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현으로 북한핵문제를 지적해 급부상하는 중국의 역할론과 관련해 분위기를 조성해가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韓昇洲외무장관은 정상회담뒤 첸치천(錢其琛)중국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어떤 방법을 취하든 대화의 길은 열어놓아야 하며 그래야만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역할론에 대한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중국이「모순을 격화시킬 조치」를 경고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북한에 시간벌기를 해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정상은「북한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이 바라는 한국과의 經協확대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북한핵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인식과 북한핵 문제를 민족의 생존과 직결시키는 우리측 인식이 공통분모를 찾아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개시하게 되면 현재의 대치국면은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중국은 현재의 對北대화의 톤을 강화시켜 다시 적극적인 설득에나서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北韓에 있어 中國은 국제적 고립상태에서의 유일한 맹방이다. 북한은 中國이 韓國과 외교관계를 맺는데 섭섭해했지만 최근 中國과의 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과거수준으로 그 관계를 회복시켰다.
中國과 61년 체결한「우호협력및 상호원조조약」에 따라 정치.
군사.경제적 협력을 공고히 해온 北韓이 유엔제재를 받을 경우 中國은 유일한 생명선이자 그 제재자체를 거부권으로 막아줄 기둥이다. 따라서 中國의 北韓에 대한 역할은 매우 크고 韓國뿐 아니라 美國등 국제사회가 핵문제해결에 中國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中國이 적극 중재에 나서면 남북정상간의 의사가 중국을 매개로전달될 수 있고 이것이 순조로우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재사찰문제가 1차적 현안으로 등장해 북한-미국간의 물밑 접촉도재개될 수 있다.이 점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양국정상이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해「韓.中.美 협의체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中國의 중재진전에 따라선, 그리고 韓美와 안보리상임이사국들의이에 대한 평가에 따라선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시한과 과정이 전면 다른 국면을 맞을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화노력은 일정한 시한내에 제한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봐야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재사찰 문제가 협의에 들어가고 문제해결의 조짐이 보일 경우 지난 2월25일 합의한 北-美 합의사항 실천이재등장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남북특사교환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이다.이때 우리정부로서는 북한이 계속 반대 하는「핵문제 논의를 위한 특사교환」을 北-美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할 것인지 입장을 정리해야하는 부담을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安成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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