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억 명 신용정보 DB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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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5억7000만 명의 개인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개인의 주소.연락처.학력.직업.결혼여부 등 신상에 관한 내용에다 예금과 대출 현황, 신용카드 사용 내용 등을 합친 방대한 정보를 담았다. 인민은행 측은 "공식적인 소득이 있는 국민의 신용정보를 대부분 포함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13억 명)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 신용정보 DB가 탄생한 것이다.

◆1년6개월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쑤닝(蘇寧) 인민은행 부행장은 "최근 몇 년간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작업을 벌여 6월 말 기준으로 5억7000만 명에 대한 개인 신용정보 체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02년 체계적인 신용정보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4년 말부터 시범 사업을 벌였다. 이어 2006년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통일된 신용정보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그 결과 1년6개월 만에 전 인구의 44%, 소득이 있는 국민 대부분에 대한 개인 신용정보 파악에 성공했다. 인민은행은 이와 더불어 별도의 작업을 벌여 국내 1220만 개 기업에 대한 신용정보 체계도 구축했다.

◆금융 위험 통제에 적극 활용=중국 정부가 예산을 들여 대규모의 신용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근본적인 목적은 금융 위험(리스크)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있다.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중국을 비켜갔지만 언제든지 심각한 금융 불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 신용정보가 구축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도 한결 용이해졌다. 특히 기업 신용 DB에는 여수신 정보뿐 아니라 임금 체불, 환경오염 유발 사실도 들어가 은행들이 반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출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는 은행의 여수신 동향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시중의 유동성을 조절할 수도 있다. 쑤닝 부행장은 "이는 시중은행들의 신용 위험을 줄이고 일반 국민의 신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중은행들은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가 높은 개인에게 차별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도 생겼다. 은행들은 2006년 이전에는 담보 대출만 해줬으나 이제는 신용대출 영업도 가능해졌다. 다른 은행이나 지방에 숨겨둔 금융자산이 파악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공격적인 채권 추심도 예상된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신용정보가 한 곳에 집중됨에 따라 해킹에 따른 개인 신용정보 유출 위험은 그만큼 커졌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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