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단>우금치 역사 견문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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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마른 풀도 키를 낮춘 우금치란 언덕빼기 뼈와 살 함성마저 바람으로 누워 있다 일 백년 잡초의 사발통문 깨지 않는 깊은 잠. 역사란 승자의 몫 죽은 자는 죄도 죽고 후대의 가슴에 남아울음 우는 그날의 말 절통한 이 땅의 쑥물 대접으로 들이킨다.
송장배미 저수지 위 눈보라가 달려가며 내뱉는 그 육성을 심장으로 엿듣고 있다 죽창에 쇠스랑을 든 수만 거친 숨소리….
결국 동학에 합류한 나의 증조 할아버지 평생을 쫓기는 삶 쉬쉬하다 숨을 거두신 봉분에 큰 절 올리지만 아무 말씀 없으시다. ◇약력:35년 충북진천 출생.
65년 조선일보 시조당선.시집 『꽃.화두』『일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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