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유산 많다-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정순씨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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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직장여성,특히 생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유산율이 직장을 갖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당국과 기업의 여성인력 母性보호를 위한 정책과 배려가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大 보건대학원 朴貞順씨가 지난해 이뤄진 1백54만여건의 여성진료실적을 분석한 결과 직장여성들은 임신 10건중 3건정도가 유산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있다.이는 비직장여성들의1건에 비해 세배나 높은 셈이다.
한편 여성 1백명이 한햇동안 겪는 자연유산횟수,즉 자연유산율은 4.5%인데 비해 직장여성들의 자연유산율은 6.7%로 역시높았다. 특히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다른 직종보다 유산율이 더욱 높아 금융업체 근무자보다는 2.7배,서비스업 근무자보다는 2.1배나 되었다.
朴씨는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의 자연유산율이 높은 요인으로 작업장의 유해화학물질.흡연.과로.스트레스를 지적했다.임신여성의 몸은 대사속도가 빨라지고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의 수가 줄어 담배연기에 의한 일산화탄소 피해에 더욱 민감하다.게 다가 우리나라 직장의 대부분은 임신여성을 배려한 금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흡연의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직장에서 쓰는 여러 유해화학물질도 큰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전자업체나 반도체업체에서 사용하는 산.금속.유기용제는 유산과 관련이 높은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이밖에 플래스틱이나 화학업체에서 쓰는 각종 용제나 원료물질중에도 유산을 일으킬수 있는 물질이 적지않으며 제약업체.병원.실험실.세탁소등에서 사용하는 여러 물질들 중에서도 유산을 유발할수 있는 것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또 여성들이 주로 많이 근무하는 섬유.의류.신발.조립금속산업등은 작업환경도 문제지만 긴 노동시간으로 인한 여성의 생체저항력 저하로 자연유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거운 물건을 드는 업무,불편한 자세로 하는 작업등에대한 인체공학적인 배려가 적고 교대근무.야간작업.불규칙한 근무패턴등 유산과 관련있는 사항에 대한 배려가 별로 돼있지 않은 점도 유산율을 높이는 요인이 ■다고 말했다.여성 직장인의 근무상황은 임신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朴씨는 따라서 여성의 母性보호를 위해서는 각 직장에서 임신한 여성의 건강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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