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17세 아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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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수들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었고, 느린 패스가 약점이다."(후안 호세 오레 페루 감독) "공수 전환이 늦고 선수들 위치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마누엘 우레나 코스타리카 감독)

U-17 월드컵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페루와 코스타리카에 연패, 예선 탈락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17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문제점이다. 페루와 코스타리카 감독은 한결같이 한국의 '느린 플레이'를 지적했다. 두 감독은 "한국은 강한 팀이기 때문에 많이 연구했다"고 완곡한 단서를 달았지만, 한국의 약점을 꿰뚫어 이를 공략했다.

현대축구의 생명은 속도다. 단순히 빨리 뛰는 게 아니다. 공을 뺏거나 뺏긴 상황에서 빠른 전환, 빠른 템포의 패스.크로스.슈팅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측면돌파 때 드리블만 빨랐다. 공을 가로채도 횡패스.백패스를 남발해 상대 수비에 여유를 줬다. 빠르게 측면 돌파를 해도 마지막에는 꼭 한 템포 늦춰 크로스를 올렸다. 대부분 수비수에 걸렸고, 코스타리카전에서 얻은 코너킥이 16개나 됐다. 이를 마무리해줄 스트라이커도 없었다. 중앙돌파 때도 한 박자 늦은 스루패스로 수비에게 번번이 루트를 읽혔다. 2게임 연속 무득점의 이유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패스는 슈팅을 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런데 패스 속도가 느린 것은 물론이고 방향까지 상대에게 읽히는 등 선수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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