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당연시」 풍조 타파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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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법제도발전위원회가 도입키로 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와 기소전 보석제는 인권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구속이란 가장 기본적인 인권 및 국민기본권이라 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대한 법률적 행위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이를 너무도 쉽게 허용해왔다. 이로인해 고문 등 수사기관에서의 반인권적 사고가 빈발하고 피의자나 피고인은 당연히 활용해야 할 방어권조차 적절히 행사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구속위주의 수사 및 재판관행은 국민의 뇌리속에도 피의자는 곧 범죄자라는 인식을 심어 불구속 수사나 재판이 도리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것으로 인식되게 했다.
그러나 이는 확정판결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조항과 배치되는 그릇된 인식이며,불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와 기소전 보석제도의 도입은 구속위주의 수사편의에 길들여진 경찰과 경찰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겠으나 현행법의 내용과 정신으로 보나,시대와 국민의 요구로 보나 거부할 성질의 것은 아닌 만큼 새 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할 경찰이나 검찰이 새 제도에 대해 다소의 우려를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영장실질심사제도의 경우 혐의자의 신병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현실적으로 부닥치게 될 문제다. 이 문제도 소홀히 취급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생각으로는 체포영장제도의 도입은 제도의 복잡성,영장발부기관의 2원화 등의 문제가 파생되므로 현행 긴급구속의 요건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기소전 보석제도에 대해서도 운용상의 부작용 가능성은 없지 않다. 만약 이 제도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거나 거액의 보석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취지는 빛이 바랠 것이다. 금보석만이 아니라 인보증에 의한 보석도 허용하고,현행 보증보험제도를 활성화하는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아울러 도주방지를 위한 실무적인 대책도 세밀히 마련되어야 한다.모처럼의 인권확대제도가 도주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가뜩이나 구속을 당연시하는 법감정을 갖고 있는 국민으로서는 이 제도 자체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낄 가능성이 있다.
제도와 법운용상의 숙제가 남아있기는 하나 그것이 인권과 헌법상의 기본권 신장에 제한을 가할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은 지니지 못한다. 새로운 사법부의 위상정립을 위해 모처럼 과감한 발상전환으로 국민의 권리신장을 위한 제도를 제안한 대법원 사법제도연구실로서는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 새 제도가 취지대로 운용될 수 있는 실무적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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