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라, 한국경제 발목 잡는 그릇된 믿음 5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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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전 세계 34개국에 지사를 둔 세계적 컨설팅 업체다. 그런 만큼 기업뿐 아니라 각국의 경제 사정에 밝다. BCG 한국지사 이병남(사진) 부사장은 16일 2백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조찬 모임에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그릇된 믿음 다섯가지'를 짚었다. 다음은 정부나 일반 사람이 가질 법한 다섯가지 믿음과 이에 대한 BCG의 반론 근거다.

◆기업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기업 정책 부문에선 한국이 전 세계 30위권이지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자체 노력으로 경쟁력을 높였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수술돼야 할 대상은 정부의 기업정책이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10대 기업의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인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33%)를 밑돈다. 국민소득 2만~3만달러인 12개국의 경우엔 이 비율이 34%로 더 높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때까지는 경제력 집중이 불가피하다.

◆내수시장을 키워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영국과 아일랜드 등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할 때 그 주역은 수출이었다. 당시 두 국가의 수출성장률은 내수성장률의 두배를 넘었다.

또한 BCG가 측정한 내수시장의 성장 여력은 미국이 79%인 반면 한국은 73%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수출을 등한시하고 내수 위주로 성장 정책을 펼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업 주도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1990~2001년 한국의 수출 증가분 중 90%가 제조업에서 이뤄졌다. '제조업 주도의 성장'은 지속돼야 한다. 다만 물류나 법률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는 있다.

◆특정 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특정 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게 아니라 특정 기업이 그 산업을 주도하고 더 나아가 세계 산업의 성장도 이끈다.

한국의 경제력을 봤을 때 산업 부문별로 글로벌 톱10 기업이 3개 정도는 있어야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삼성전자밖에 없다. LG전자.현대자동차.삼성SDI.현대상선.포스코.현대중공업.SK㈜.한진해운.대한항공 등이 유력한 후보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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