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브라질 넘겠다" 북한도 4강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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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남과 북이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남북이 결승에 올라서 연장전까지 비기면 승부차기를 하지 않고 공동우승을 줄 수 있도록 국제축구연맹(FIFA)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북한 팀을 이끌고 있는 김경성(남북체육교류협회 상임위원장) 단장은 자신만만했다. 그는 "최소 4강이 목표다. 그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측 인사이면서 북한 팀 단장을 맡을 정도로 북측의 신망이 두터운 그는 3월 북한 팀을 이끌고 제주도와 광양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다.

김 단장의 호언장담은 근거가 있다. 북한은 첫 출전한 2005년 페루 대회에서 8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에 2-3으로 역전패했지만 아프리카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3-0으로 완파했고, 이탈리아와 1-1로 비겼다. 국제대회의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신감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다. 기후와 시차 등의 문제가 없고, 일찌감치 광양에서 연습을 시작해 그라운드에 대한 적응도 끝났다. 국내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홈에서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포백 수비를 쓰는 북한은 체력과 조직력이 좋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3월 서귀포 전지훈련 때는 측면을 주로 공략하는 단순한 경기를 했지만 지금은 짧은 패스를 통한 중앙돌파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공격의 핵 안일범은 빠르고 킥이 좋아 상대팀의 경계 대상 1호다. 10일 북한과 연습경기(1-1)를 한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의 박말봉 감독은 "포백 수비가 안정됐고, 미드필더의 조직력과 압박도 좋다"고 말했다.

B조의 북한은 18일 서귀포에서 잉글랜드와 조별예선 1차전을 갖는다. 2차전 상대는 3회 우승국 브라질(21일.서귀포)이고, 24일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와 맞붙는다. 상대만 보면 조별리그 통과도 만만치 않다.

대회 중에 남북 정상회담(28~30일)이 열리는 바람에 북한 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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