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지상주의는 위험”/김종필대표 한국발전연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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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맹목적인 생각은 혼란만 초래/북핵해결 우선… 장기계획 필요
보수 논객인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대표취임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강연에 나서 현안인 통일정책·북한 핵문제와 쌀시장 개방문제 등에 대한 현실론적 신중론을 펼쳤다.
김 대표는 9일 한국발전연구원(원장 안무혁) 주최로 힐튼호텔에서 열린 조찬모임에 연사로 참석,「21세기를 생각해본다」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김 대표는 스스로 약 3주간에 걸쳐 다듬은 것으로 알려진 원고를 통해 21세기를 앞둔 우리 현실의 위기감을 전제한뒤 특히 핵문제를 「심각한 현실」로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지만 통일의 방법과 절차·시기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면서 『감상적이고 맹목적인 통일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 그는 이어 『통일후의 갈등과 혼란을 무시하고 통일부터 하자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가』라고 성급한 통일론을 비판한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을 펴는 사람을 반통일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극단론자들이 많다. 그러면서 반통일세력은 곧 반민족 세력이고,반민족은 곧 반민주세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해괴망측한 도식이냐』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비공식적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와관련,『김일성이 핵문제로 노리는 것은 아들에게 정권을 인계하는 것과 미·일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라면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서 북한이 미국·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해 남북한이 평화공존하는 시기가 상당기간 지나야 통일은 가능하다』고 장기적인 통일관을 펼쳤다.
이날 모임은 5공 당시 안기부장을 지낸 군출신 안무혁의원이 원장인 연구원이 주최한데다,3공이후 군사정권하에서 장·차관 등을 지낸 고위공직자 출신과 군출신 등 보수적 원로들이 회원으로 참석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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