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뭉치는 「북미경제」(NAFTA시대:1)

◎클린턴의 지도력 일단 “합격”/“무역자유화로 경기회생” 자신감/APEC·UR서 공세강화 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17일 미 하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시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국내외 정치적으로 매우 귀중한 승리를 거둘 전망이다.
NAFTA 법안은 오는 25일 다시 상원에서 표결을 거치게 된다. 상원통과는 애초부터 낙관적이라 하원 통과는 사실상 NAFTA의 의회통과를 의미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이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문제·소말리아 문제·북한 핵문제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 문제에서도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의료개혁에 파급
이런 비판은 얼마전 실시된 뉴욕 시장선거를 비롯한 미국 동부지역 주요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는 결과를 빚어 클린턴 대통령이 오는 96년 선거에서 재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며 이를 위한 첫번째 정책으로 제시했던 NAFTA 의회비준에 성공함으로써 지도력에 대한 회의론을 잠재우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표결 하루전까지만해도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박빙의 찬·반 접전이 계속된 가운데 부동표로 분류된 60여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정치적 거래를 추진,설득을 시도했으며 다수를 찬성으로 돌려놓았다.
미국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권력이 아니라 교섭력에서 나온다는 미국 정치학 교과서의 이론을 따른다면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성공은 그의 확실한 권력확보까지 의미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 이번 성공은 곧 본격화될 의료제도 개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클린턴 대통령이 의료제도 개혁법안까지 의회통과에 성공하면 국내 정치에서 그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은 일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 의회의 NAFTA 대결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대결이 아닌 각당 의원들의 지역구 유권자를 의식한 이해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클린턴 대통령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정치적 거래를 해야했던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채소재배인구가 많은 플로리다주 의원들과 설탕·쇠고기·밀수출입업이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텍사스의 하원의원들 상당수는 당적과 관계없이 NAFTA에 반대 내지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었으나 클린턴 대통령이 이들에게 캐나다와 밀수입 협상조건강화 또는 멕시코에 대한 수입규제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거래」 부담
NAFTA 의회비준 성공은 대외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등에 임하는 미국정부의 입지를 크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정부는 APEC 회의에서 NAFTA를 통해 미국이 지향하고 있는 관세철폐 목표를 APEC에도 적용할 것을 강력히 추진,아시아 각국에 만만찮은 압력을 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APEC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은 종국적으로 NAFTA와 같은 지역간 관세철폐를 통한 무역자유화에 있으며 이는 당장 미국의 경제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미국의 장래 세계지도력 강화에도 불가결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APEC에 대해 조급한 결론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표명해왔으나 이번 NAFTA 의회통과 성공으로 이같은 입장은 조속한 결론을 유도하는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쌀시장 개방 압력
또 22일부터 본격화되는 UR 협상에서도 미국은 유럽에 대한 농산물 보조금 감축압력과 일본·한국에 대한 쌀시장 개방 등을 강력히 요구,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새로운 틀을 미국에 유리하도록 타결지으려 할 전망이다.
클린턴 정부는 냉전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의 지위를 경제적 우위를 강화함으로써 더욱 확고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NAFTA 승리는 「미국 정치의 신세대 대통령」으로 불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스스로 설정한 첫번째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이런 인식을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