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인준거부조짐.加새정부 재협상요구로 NAFTA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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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지역별 공동전선의 형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곧 경제블록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다. 각 나라 사이의 자유로운 상품과 용역의 교류를 목적으로하는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유럽동맹(European Union)의 마스트리히트조약의 발효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의 반영이다. 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주도국중 하나인 美國이 다른한편으로는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경제장벽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세계」는 하나의 환상에지나지 않고「지역적 이기주의」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입 증해 주고 있다.
AFTA는 세계 최대의 블록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3개국을 동일 경제권으로 묶는 것이다.
NAFTA는 지난 89년 미국.캐나다 등 2개국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후 태동돼 지난해 12월17일 3개국 수뇌들이 조인식을 가짐으로써 구체화됐다.캐나다와 멕시코에서는 의회의 비준을 받아 놓고 있으며 내년 1월1일이 발효시점이나 가장 큰 난관인 美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특히 반대가 심한 美하원의 표결이 17일로 다가옴에 따라 표결결과에 온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원통과만 이루어지면 상원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보이는데 현재 하원은 집권 민주당의원들까지 반대의사를 공공연히표명하고 있어 통과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5일 현재 하원의원중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1백23명 ,지지쪽으로 기우는 의원이 58명으로 1백81표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반대의원은 1백15명,반대로 기우는 의원이 90표로 합계 2백5표에 이르고 있다.
하원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클린턴행정부는 앞으로 아직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49명의 부동표를 공략해야 하나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뉴욕시장.뉴저지주지사 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완패함에 따라 그 후유증이 NAF TA표결에 미칠 가능성도 있어 하원표결의 예측이 불가능하다.
클린턴행정부가 주장하는「NAFTA가 가져올 이익」은 우선 고용확대다.NAFTA는 미국의 생산 증가와 수출확대를 가져와 결국 고용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또 미국의 커다란 골칫거리인 멕시코인들의 불법이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행정부는 NAFTA가 발효되면 2년간 20만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러나 반대편 진영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게파트 前민주당 하원 원내총무,텍사스의 부호이며 대통령후보였던 로스 페로 등이 앞장선 반대진영은 NAFTA가 발효될 경우▲미국의 기업들이 멕시코로 공장을 옮겨 고용기회가 줄어들고▲환경 규제 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기업들이 대거 미국을 빠져 나간다는 것등이다.
대진영은 결론적으로 미국에 아무런 이익도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여기에 노동조합및 환경보호단체가 가세해 강력한 힘을 형성하고 있다.美노동총연맹 산업별조합회의(AFL-CIO)는『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 언하고 있다.하원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내년에 있을 예비선거를 의식,현직 의원들이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측의 사정 못지않게 캐나다측의 사정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악화되고 있다.캐나다는 이미 의회의 비준을 받은 상태이나 최근 선거에서 집권 진보보수당을 물리치고 새로 정권을 장악한 크레티앙정부는 정부의 공식 공포가 이루어지지 않았 음을 들어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크레티앙총리는 NAFTA의 규정이 캐나다측에 불리하게 만들어졌다며 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공포하지 않고 무효화시킬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미국.캐나다내의 논란과는 달리 가장 수혜를 보는 나라는 멕시코다.멕시코는 제조업 임금이 시간당 2달러28센트로 미국의 11달러46센트에 비해 5분의1수준이다.이렇게 싼 임금을바탕으로 멕시코는 다수의 미국및 캐나다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것으로 전망된다.
NAFTA가 美하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될 경우 멕시코에서는 자본의 해외 도피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해외에 유출됐던 자본이 NAFTA의 발효를 기대하며 국내에대량 유입돼 대기하고 있다.
***이 같은 주변의 우려보다도 더 큰 우려는 클린턴행정부에서 나오고 있다.NAFTA가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클린턴대통령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어 재선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지도모른다.특히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의 부결은 정권담당 능력을 상실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대외적으로 클린턴행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된다.
미국은 NAFTA에 이어 中南美를 한데 묶는 경제권으로 넓혀나가고 궁극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창설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NAFTA의 실패는 이러한 원대한 구상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NAFTA가 하원통과에 실패할 경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시도를 다시 감행할 것으로 보이는데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국가간의 자유무역지구 창설이다.17일 하원 표결에 실패하면 이어19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담에서 클린턴대통령은 APEC자유무역지구 창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金祥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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