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어떻게 막을 건가(성병욱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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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의 안보정책,특히 북한핵에 대한 대응책이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북한핵에 반대한다는 기본입장은 알겠는데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 고집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며칠전 여당인 민자당의 주간 정세보고서도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에 대해 『정부내에도 의견통일이 안된 것처럼 비치고 여당 의원들도 정부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그 처방으로 대북 및 안보정책에 대해 당·정간 이견을 해소하고 이해증진을 도모하는 계기를 새삼 당차원에서 마련하라고 건의하고 있다.
○여러목소리 혼선야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그 비슷한 혼선과 그로인한 당혹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당로자들 중에선 한국측이 사람과 시기에 따라 북한핵에 대해 강경대응을 주장하기도 하고,또 북한을 자극해선 안된다고도 하니 어쩌자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실제로 지난번 한미 안보협의회의 과정에서 표명된 우리쪽의 입장은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김영삼대통령은 가장 분명하고 강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회담 등에 임하는 목적을 한미 두나라를 이간시키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데 있다고 분석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은 북이 남한을 무력적화통일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북한 핵사찰의 최종시한을 정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무장관은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을 너무 자극하거나 몰아세우는 것의 위험성을 제기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가능한한 피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두나라가 대북한 제재를 꺼려 미국의 대북한 핵정책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4일 및 7일자 뉴욕 타임스 보도가 나온 배경이다.
그런가 하면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한 팀스피리트훈련 중단 결정이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래서 결국 안보협의회의에서 이 문제는 유보키로 결론이 났다.
밖에서 보기에 북한핵 문제에 대해 표명된 우리 정부의 이러한 몇갈래 견해는 어떤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노력이 거의 소진되어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러면 앞으로 어쩌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분명한 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채찍없는 당근 무의미
물론 제재까지 가지 않고 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사찰이나 핵개발 포기로 나온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 지금껏 갖가지 대화채널을 동원해 외교노력을 벌여온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북한에 시간을 벌게 하면서,되는 것도 아니고 안되는 것도 아닌 대화에만 끌려다니겠는가.
대화가 진척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때의 불이익을 명백히 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란 채찍 카드다. 그런데 북한핵의 가장 큰 피해 당사자라고 할 우리가 무력제재는 고사하고 경제제재마저 북한의 반격을 우려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카드의 약효는 사라지고 만다. 채찍이 없어지면 남은 카드는 끝없는 양보라는 당근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결정적 시기에 우리나라가 대북제재를 꺼리는 것으로 해석될 신호를 보내는건 옳지 않다.
북한핵에 대한 정부의 분명치 않은 태도는 국민의 경각심 부족을 가져온다. 북한핵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내보다 외국사람들의 관심과 우려가 더 크다. 미국은 핵비확산조약(NPT) 체제의 일각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해,일본은 이민족인 자기네가 북한의 제1타킷이 될 것을 우려해 북한핵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크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 온 외국전문가들의 얘기로는 한국인들의 북한핵에 대한 무신경을 놀랄 정도라는 것이다. 비단 핵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안보의식이 예전과 너무나 다르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 그런 얘기를 들을만도 하게 되어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은밀히 추진했던 6공초부터 대북정책이 혼선을 보이기 시작해 새정부 들어서도 완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정부 초기에는 부처마다 책임자의 성향에 따라 대북 유화론에서 강경론까지 갖가지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런 판에 국민의 대북관·안보관인들 요지부동일 수 있겠는가.
○안보정책 과연 있는지
지금은 안보문제·대북문제에 대해 정부내에서 조율을 한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조율이 덜 된 소리가 꽤 나온다. 북한 핵문제가 그 전형적인 경우다. 그래서는 북한 핵에 대해 확고한 정책이 정부에 있는지,나아가 안보정책이란게 과연 있는지에 대한 내외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한다. 냉전종식이후 북한의 상황과 의도에 대한 보다 냉엄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안보정책의 수립이 급하다.<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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