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지도자 과거사 발언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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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감·불행·통석의 념등 애매한 표현/90년대들어 수위 높여 「침략」 첫시인
「통석의 념」 「유감」 「불행했던 과거(역사)」 「반성과 사과」 「죄송」­. 일본 지도자들이 한일간의 과거사와 관련해 한국 지도자들에게 어렵게 한 말들이다.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가 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정리문제를 현안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호소카와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 수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후 교육세대에 속하는 호소카와 총리는 「침략전쟁」이라는 말을 써 일본에 파문을 일으키는 등 역대 일본 총리중 과거사 문제에 비교적 솔직한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한일 수교협상에 앞서 65년 2월 방한한 시이나(추명) 외상은 한국민의 대일 감정과 관련,『그같은 과거 관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8년뒤인 83년 1월 방한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증회근강홍) 일본 총리는 『한일 양국간에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엄숙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불행」이라는 말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은 셈이다.
전두환대통령이 84년 9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고 아키히토(유인) 일왕은 『…귀국과 우리나라는 일의대수의 인국으로… 금세기의 한 시기에 있어서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사과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이에 앞서 나카소네 총리는 84년 8월 『과거에 있어서 폐를 끼치고 참해를 입힌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결의하고 있다』면서 「반성과 결의」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어 90년대 들어서서는 사과발언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침략」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나카야마(중산) 외상은 90년 4월 일본 중의원 답변을 통해 『2차대전은 근린제국 및 국민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일본의 군국주의적 침략이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한달뒤 노태우대통령의 방일때 아키히토 일왕은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고 본인은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일왕이 사과는 하기 싫고 얘기는 해야 되는 상황에서 고심끝에 만들어낸 「통석의 념」(마음이 아프도록 애석함)을 놓고 한국내에서는 그 해석에 구구한 얘기들이 오갔었다.
한편 호소카와 총리는 국회 취임연설(8월23일)에서 『과거전쟁은 침략행위였으며 인근 아시아제국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표시한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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