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서 첫 전시회 갖는 佛화가 피에르 술라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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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47년 첫 작품 발표를 한 이래 지금까지 세계 44개 뮤제움에서 회고전 형식의 전시회를 열었으나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그래서 프랑스 예술활동가협회로부터 전시요청이 왔을때 단1초도 주저하지 않고 즉각 수락했지요.』 3일부터 12월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자신의 전시회 작품진열을 위해 최근 서울에 온 프랑스화가 피에르 술라주씨(74)는 한국전을 갖게된데 대해『무척 반갑고 기쁘다』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술라주씨는 현대회화사의 한 획을 긋는 서정추상회화를 열었던 대표적 작가중의 한사람.
서정추상 회화란 도식화된 기하학적 추상과는 다른 비정형의 추상으로서 서정적인 감흥과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검은색의 붓질이 강하게 흔적을 드러내는 초기 작품에서부터 최근의 검은색 표면 위에 반사되는 빛의 반향 효과를 의도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52점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로비에 설치한 설치작업.
지난달 26일 서울에 온 이후 줄곧 매달려온 이 설치작업은 천장에서 케이블을 내려뜨려 작품을 걸어두고 관람객들이 작품표면에서 이루어지는 빛의 반향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그는 「검은색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초기부터 지금까지 검은색을 주조로 한 추상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어린시절 눈경치를검은색으로 그려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을 정도.
모든 색의 근원을 흙색과 검은색으로 꼽고 있는 그는『검은색은조형적으로도 대비효과가 뛰어나다』며『아마 검은색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빛의 반향을 시도한 작품은 탄생되지 못했을것』이라고 말하기도.
94년7월 완성을 목표로 12세기 로마네스크양식으로된 콩크수도원의 1백5개 창문에 스테인드 글래스 작업을 5년째 계속해 오며 한껏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지금까지의 작품수만도 1천3백여점은 될 것』이란다.
술라주씨는 7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洪垠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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