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학산악연맹 이사 김종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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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람은 누구나 사고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사고없이,건강하게 장수하는 길」을 찾아 도시를 떠나 산속에서 생활하는 산악인 金鍾秀씨(43.대학산악연맹 이사).
그는 89년 과장으로 근무하던 삼양식품을 그만두고 강원도정선군남면유평리 민둥산 기슭으로 들어갔다.오름실이라는 이 산촌에는얼마전까지 화전민 10여가구가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대처로 떠났다.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이 곳에 들어 온 그는 화전민들이 살다 버리고 떠난 집을 수리,「氣林山房」이란 민족정신연구소를 세웠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1백세 이상 노인들의 생활을 연구,그장수 비결을 이론화하고 있다.또한 우리 민족의 전통생활 속에 숨어있는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찾아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지킴이」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 어른들의 말씀중「턱을 괴고 있으면 복이 달아난다」는 말이 있습니다.턱을 괴면 등이 굽고 氣가 막히며 산만하고 방심하게 되지요.등이 굽고 기가 막히면 소화가 안되고 건강을 해치게 되죠.이와 함께 산만하고 방심하면 사고를 일으키 기 쉽습니다.』 그는 1백세 이상의 노인들을 연구한 결과 한결같이 등.
허리가 곧고 걸음걸이가 단정하며 바른 자세가 몸에 배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바른자세는 바른 예절로부터 비롯된다.물건을 드릴때 두 손으로 공손히 드리면 배에 힘이 들어가고 바른 자세를 갖추게 된다.
앉을 때 허리를 쫙 펴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뱃심이 생겨 항상 당당한 자세로 생활할 수 있다.신발을 벗어 놓을 때도 가지런히 모아 놓는 사람은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다.
『모든 안전사고는 조심하고 차분하지 못한 마음,즉 방심.객기로부터 비롯됩니다.우리의 바른 생활예절을 지키는 사람은 항상 차분하고 조심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요.』 「氣林山房」은 바른 기운이 숲을 이룬 집이라는 뜻이다.바른 기운은 바른 자세와 바른 예절로부터 온다.
청량리역에서 태백선을 타고 증산역에서 하차,다시 구절리행 열차를 갈아타고 별어곡이란 역에서 내린다.여기서 산길을 10여리가야만 기림산방에 이른다.
아무도 찾아올 것 같지 않은 곳이건만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림산방을 찾은 사람은 1천5백여명이나 된다고 한다.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싶어 찾아왔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생활 속에서 건강.장수하는 비결을 말하는 그를 대하고는 적 이 실망도 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날처럼 온갖 건강비결이 횡행하는 때에 평범한 생활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신선하다.
그는 서울 토박이다.명지대를 졸업,ROTC장교로 군대생활을 마치고 10여년 사회생활을 했다.서울의 콘크리트 숲과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가 산골짜기를 찾은 것은 대학시절부터 산과 맺은 인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 거처하는 기림산방 위쪽으로는 그가 대학후배 산악인들과 개척한 민둥산(1,119m)바위 길이 여러개 있다.
지난해엔 풍수지리로 유명한 前서울대 崔昌祚교수가 이곳을 찾았다.崔교수는 이곳을 學人之勢라 했다.
그는 기림산방에서 아들 경태(5)와 단 둘이 살고 있다.휴일이면 산만을 오르던 그가 서른일곱에 늦장가를 가 낳은 아들이다.그의 아내는 그가 우리의 민족정신을 찾겠다며 직장을 그만둘 때쯤 그의 곁을 떠났다.
기림산방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텔리비전은 물론 라디오조차 없다.산밑에서부터 그가 직접 3㎞나 되는 전화선을 가설한 후에야 전화가 겨우 개통됐다.그는 화전민이 버린 묵정밭을 갈아콩이나 호박.배추 따위를 심었다.진도개인 누렁이 와 백구가 심심한듯 하루종일 하품이다.얼마전 백구는 새끼 3마리를 낳았다.
일전에 산에 풀을 베러 갔다가 주워 기른 산토끼가 새끼를 쳐 20여마리로 불었다.그는 또한 양계장 폐닭을 얻어 자연 속에서기르니 다시 알을 낳고 품기까지 한 다며 좋아했다.그는 이따금기업체 강연이나 원고청탁으로 생기는 수입으로 생활한다.
산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그는 전통무예인 氣天門의 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그리고 단전호흡을 하고 직접 만들었다는 솔잎차를 마신다.식사는 아침10시와 저녁5시,하루 두 끼가 전부다.
이따금 근처 사북읍에 살고 있는 金聖術옹이 찾아온 다.金옹은 1876년생으로 1백17세다.보사부 통계로 우리나라 최고령이라고 한다.그는 아직도 꼿꼿한 허리와 바른 걸음걸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金옹의 족적이나 생활습관등을 기록,정리해 책으로 엮을 계획이란다.
『바른 자세와 예절이 무너진 자여!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라지 말라.돈으로,약으로 절대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손까지 우환이 따르리라.
올바른 생활문화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인생을 지키는 근본임을잊지 말라.
기림산방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여! 이 말을 새겨 늙어 죽을 때까지 수행할 것이며 자손,그리고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의 병을 구하라.』 [旌善=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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