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팀플레이 긴요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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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경제의 최대 현안인 기업투자 부진의 원인이 기업가들의 불안심리에 있고 이 불안감의 일부가 정부의 정책혼선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제 전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11일 열린 경제장관회의도 이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날 회의내용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업계의 분위기와는 달리 특별한 경기부양조치를 추가로 내놓지 않았다는 점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제거를 강조한 대목이다.
『앞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겠다』고 한 경제팀장의 다짐은 그동안 되풀이된 개별 정책들의 충돌 속에서 조율의 책임자가 느꼈음직한 고심의 한 자락을 내비치고 있다.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제관련 각 부처의 독자적인 정책들이 제아무리 훌륭한 것일지라도 개별정책 효과의 합은 반드시 최대치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개별정책들의 목표가 전체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정책효과의 합은 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일부 경제관련 부처들이 종합목표의 우선순위와는 관계없이 「신」자를 머리에 붙인 정책개발에 몰두하는 광경을 여러차례 목격해 왔다. 정부가 표방하는 「신한국」 「신경제」의 구호가 마치 개별부처의 독자적인 새 정책들로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면 이제라도 그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신경제의 총체적 실체는 그것을 채우는 개별 요소들의 새로움을 통해서가 아니라 비록 옛 정책들을 답습하더라도 개별정책들의 유기적 연관성과 전체적인 조화를 통해 완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는 비단 경제분야의 각 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의 정책들 간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할 국정원리다.
팀플레이의 일신을 통해 정책의 조화를 최대한으로 살리고 이를 통해 경제운용의 효율을 높이는 일은 경기와 투자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신경제의 진면목을 가꿔가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11일의 경제장관회의에서 정책혼선의 문제가 공식화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앞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조정 기능의 강화방안을 동시에 구체화시켰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정책의 상충관계를 종합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조화 요인을 과감히 제거할 수 있는 경제팀장의 역할 없이는 그동안의 불협화 현상이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 정부 구성후 각 부처들간의 손발맞추기 준비는 6개월로 충분하다. 현재 업계와 국민들 사이에는 현 경제팀의 누가 과연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원활한 조정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유념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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