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무 기술씨름 "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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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속씨름 백두급 최경량인 지현무(1백15㎏·현대)가 또다시 정상에 오름으로써 바야흐로 씨름판 구도는 힘의 전성시대에서 기술위주 씨름으로 전환하게 됐다.
지현무는 1일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데 72회 장사씨름대회 최종일 백두급 결승에서 농아장사 윤석찬(삼익가구)을 3-0으로 일축해 제68회, 70대에 이어 올 시즌 다섯 차례 대회 중 세 차례나 백두봉을 등정하는 쾌거를 이룩했다(상금 3백만원).
이날 백두급 경기에서는 중량씨름의 대명사격인 김정심(조흥금고·1백56㎏) 박광덕(럭키증권·1백58㎏) 조정민(청구·1백65㎏)이 초반 탈락, 7위 이하로 밀린 반면 1백20㎏대 이하인 지현무를 비롯해 윤석찬(1백20㎏) 김칠규(1백18㎏) 등 가벼운 선수들이 상위 1∼3위를 석권, 기술씨름이 완전히 도래했음을 입증했다.
이로써 민속씨름은 초창기인 80년대 중반 이만기(인제대교수)시대 이후 거의 10년만에 기술씨름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같이 거구들의 잔치인 중량씨름이 퇴조하게 된 직접 계기는 지난 1년 동안 번외대회를 포함해 여섯 번이나 전하를 호령했던 김정필이 이번 대회 들어 마지막으로 보유했던 백두장사 타이틀마저 내주고 무관으로 전락한 때문. 김정필은 뚜렷한 기술개발 없이 부상을 겪으며 후퇴한 반면 상대선수들은 「타도 김정필」을 외치며 치밀하게 공격해온 것이다.
또한 다른 중량씨름선수들은 노쇠화해 더 이상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신인급 중량선수들의 경우 김정필을 포함해 기술이 드는 위주의 지극히 단조로운데다 부상이 잦아 기술을 앞세운 경량급 선수들에게 왕좌를 계속 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씨름계에서는 그 동안 무거운 선수들이 별다른 기술 없이 밀어치기나 들배지기 등 「저급기술」을 구사해 팬들이 모래판을 외면해 왔으나 이제 본격적인 기술시대로 들어선만큼 관중 확보 면에서도 호재를 만났다고 반기는 입장이다.
◇최종일 백두급(1일·충무체)
▲백두장사=지현무(현대) ▲1품=윤석찬(삼익가구) ▲2품=김칠규(현대) ▲3품=임종구(럭키증권) ▲4품=남동하(현대) ▲5품=박태석(청구) ▲6품=김정비(조흥금고) ▲7품=이민우(삼익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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