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성별로 선호색 차별화해야 매출 신장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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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은 목재가구에도 노랑·파랑 등과 같은 대담한 원색들이 사용되고 냉장고에는 그 동안 사용이 터부시되던 검은색까지 등장하고 있다.
컬러TV·신세대 등에 영향을 받은 탓이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제품들은 아직까지 색상면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품질이나 기능·모양만 강조할 줄 알지 색상에 대해서는 모두들 즉흥적, 또는 대충 대충 이다. 계층·연령·성별·직업별로 선호하는 색상에 대한 연구도 드물고 이를 제품생산에 연결시키는 마키팅 노력은 더더욱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컬러 마키팅」이란 이름아래 색채연구를 통한 판촉 방법을 발전시켜왔고 이를 전담하는「컬러 엔지니어」라는 직업까지 생겨나 있는 상태다. 효시는 1920년 미국에서 파커사가 내놓았던 빨간색 만년필. 당시 여성용 만년필도 조금 가늘기만 했지 남성용처럼 검은색·갈색 일변도였던 상황이었는데 파커사는 빨간색을 여성용으로 채택, 엄청난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만년필에 별별 색깔이 다 들어가는 요즘에야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 파커사는 이 같은 시도를「지동설을 주장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심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후 1930년대 들어 GM사가 컬러색상을 자동차에 도입, 인기를 누리자 그때까지 자동차만은 중후해야 한다며 검은색을 고수하던 포드사도 GM사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바람에 수년 뒤 컬러화된 차종을 어쩔 수 없이 등장시켰다. 이후 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갈수록 커져 GM사의 컬러 엔지니어였던 할리 얼과 포드사의 컬러엔지니어 조지 웨이커는 그 회사의 부사장직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색채에 대한 별별 시도로도 만족 못 해 최근에는 아예 색깔을 뺀 무색 콜라·무색 맥주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 정도고 보면 지금까지 색깔에 대한 우리기업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였고 또 앞으로 나아갈 바가 어떤 것인지도 자명해지는 것 같다.<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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