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하시(미 칼럼니스트)|클린턴, 막후권력집단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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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의 칼럼니스트 조제프 하시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에게 대통령으로 성공하려면 워싱턴의 기득권 층과 마찰을 빚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그가 오랫동안 백악관 출입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기고문 요약. 【편집자주】
최근 여행담당 직원 2명을 해고했던 백악관이 이들을 곧바로 복직시켜야 했던 해프닝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초기 실패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성공하려면 비공식적인 권력집단, 즉 「제2의 워싱턴」으로부터 호감을 사야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제2의 워싱턴」은 공직자는 아니지만 국가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진 기득권층 집단으로 새 정권에 동참한 「제1의 워싱턴」과 구분된다.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거나 최소한 중립을 지키도록 친해지지 않으면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루스벨트·트루먼·아이젠하워·케네디 등 역대 대통령들은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비교적 성공한 대통령이 된 반면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재임기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제2의 워싱턴」은 노조 간부, 업계 대표, 종교계 지도자, 덕망 있는 인사, 유력한 언론인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극치 다양한 형태의 집단이지만 모두가 정책결정에 어느 정도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백악관 여행담당 직원 해고 해프닝과 같은 사소한 일들도 쌓이면 일상적으로 백악관 관련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갖기 어렵다.
또 출입기자들의 감정은 칼럼니스트·방송 해설가들에게도 전이된다.
워싱턴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결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카터 전대통령도 임기 4년째 가서는 「제2의 워싱턴」에 속한 명망 있는 변호사를 공직에 발탁, 기득권 층과의 유대강하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뒤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카터보다는 좀더 빨리 깨달은 듯하다. 최근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 편집인이던 데이비드 거건이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언론과의 관계가 상당히 개선됐다.
「제2의 워싱턴」은 개별적으로도 정책대안 제시 능력, 여론 주도력을 갖고 있지만 각종 모임을 통해 돈독한 유대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알력이 생기면 즉각 중재자가 나서 벌어진 틈을 메우곤 한다.
워싱턴의 로마카톨릭교회 대변인이던 스펠먼 추기경이 사회적으로 덕망 높던 엘리어너 루스벨트 여사에 대해 어머니로서의 자질이 모자란다고 혹평, 「제2의 워싱턴」내 두 거물간에 틈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뉴욕 내 최고의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던 아서딘 변호사가 양자간 화해를 시키고 며칠 뒤 추기경이 루스벨트의 집에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 스펠먼 추기경이 딘 변호사를 한밤에 불러 도움을 요청한 것처럼 대통령의 개인적인 골칫거리도 해결해줄 능력이 있다.
또 딘 변호사가 미군의 베트남 철수 결정에 도움을 준 것처럼 정책적 조언도 가능하다.
때로는 외부에서 정책추진을 도와주는 여론도 조성할 수 있다.. 반면 이들이 감정적으로 돌아서게 되면 어떤 정책도 반발에 부닥쳐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정리·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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