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로 바뀐 「특례입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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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에 돌아와 대학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해 봤지만 따라가기에 무척 힘임 들었습니다. 갈수록 공부는 하기싫고 돈은 자꾸 필요해지고….』
22일 새벽 서울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강도상해혐의로 붙잡혀온 홍성은(22·서울대 경영학 2년)·홍민영(22·서강대 2년 중퇴) 군 등 4명의 청년들은 고개를 수그린채 전날 자신들이 저지른 짓과 그간의 무절제한 나날들에 대해 때늦은 후회의 한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서로 친척·친구사이인 이들은 지난 21일 새벽 인쇄업을 하는 나모씨(25)를 칼로 위협,승용차에 태워 납치해 마포구 노고산동에 있는 자신들의 자취방으로 끌고가 감금한뒤 나씨로부터 현금·예금 등 9백여만원을 빼앗았다가 하루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생활비·차량유지비·유흥비 등 씀씀이가 많아 결국 남들이 맡겨두었던 3천만원에 손을 대고 말았다』며 『이를 메울길이 막막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평소 알고 있던 나씨의 돈을 빼앗기로 작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80년 각각 브라질·페루에 이민한 교포자녀들로 지난해 대학에 특례 입학한 이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해방감과 고독감 속에 따라가기 힘든 학교생활보다는 「여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민영군의 사촌동생인 권정우(22·무직)·김경동(22·무직)군 등이 어울리면서 이들은 무절제한 생활을 거듭,부모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이 어렵게됐다.
결국 이들은 국내에 있는 외항선원가족들이 무역업을 하는 성은군의 아버지를 통해 선원들에게 전해달라며 자신들에게 맡겼던 돈을 「횡령」하는 1차범행을 저질렀고 이를 메울 길이 없게 되자 칼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됐으며 피해자의 예금을 빼앗기 위해 피해자를 끌고 은행에까지 가는 대담성을 보였다.
「특례입학」이라는 혜택을 받아,그것도 명문대학에 진학한뒤 학교생활에 적응치 못하고 하루아침에 범죄꾼 신세로 전락하고만 이들이 안쓰럽기만 했다.<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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