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원주민 "옛 땅 돌려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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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호주는 누구 땅인가』
호주에서는 최근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토지소유권 반환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최대의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이 같은 소송이 호주고등법원에 무려 3건이나 접수됐다. 주요 곡창지 및 거주지 수천 평방㎞가 걸린 이 소송에는 특히 수도 캔버라까지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소송의 배경에는 지난해사상 처음으로 애버리지니에게 토지 소유권을 인정한 호주고등법원의 판결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당시 호주고등법원은 백인들이 호주에 정착하기 훨씬 이전부터 애버리지니들이 사냥을 했다고 주장한 지역, 토레스해협의 작은 섬 3개에 대해 애버리지니가 법적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백인이 정착했을 당시에는 호주는 「주인 없는 땅」(Terra Nullus)이었다는 원칙이 받아 들여졌다.
소위 「마보 케이스」로 불리는 이 판결 후 백인이 양심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애버리지니의 소송이 급증함에 따라 사태가 심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호주의 토지 소유권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호주 전 국토가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애버리지니 인권옹호주의자들은 호주 전 국토에 대해소유권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인들의 호주정착 역사는 2백년이 조금 넘지만, 애버리지니들은 이미 4만년 전부터 호주에서 살아왔다. 현재 호주 애버리지니의 인구는 전체의 1.5%인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호주 경제인들은 애버리지니의 토지소유권 소송문제가 오래 끌 경우 호주의 투자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 정부에 대해 신속한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장 농업 및 광산분야 신규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외국 투자가 위축돼 호주경제부흥에 결정적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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