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드는 은밀·퇴폐…술값 "부르는게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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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호화·사치 유흥업소를 뿌리뽑으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불법 심야영업을 일삼는 비밀 룸살롱 등의 기승은 끊일 줄 모르고 그 수법도 갈수록 치밀해져가고 있다.
심야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 비밀 룸살롱에 잠입, 실태를 알아본다.
3일 0시40분 서울 역삼동 H빌딩 앞.
정문 셔터가 내려지고 사무실의 불은 모두 꺼져 적막감마저 주고 있는 건물의 오른쪽과 왼쪽 양편에 검은 색 양복을 입은 20대 청년 2명이 각각 서성거리고 있다.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그쪽에도 역시 2명의 청년이 비슷한 차림으로 건물 양편에 서있다 승용차를 보고는 가까이 있던 청년 하나가 운전석 쪽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청년의 질문에 『××의 김 마담이 보내서 왔는데요』라고 암호를 대자 행색을 아래위로 찬찬치 살핀 뒤 주차장에서 건물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안내한다.
이 청년들은 속칭 「삐끼」들로 은밀치 호객행위를 하거나 단속반의 출현을 사전에 업소에 알리는 것이 주임무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은 손님의 양복 깃이나 머리 스타일.
구청 단속반의 경우 양복 깃에 공무원 배지를 달았던 구멍 자국이 남아있고, 머리가 짧고 단정하면 대체로 경찰이나 단속반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따라 지하2층까지 내려가 상호도 없이 검게 코팅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울로 된 벽면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인공분수를 만나게 된다. 화려한 룸살롱이다.
40여평 규모의 홀에는 8∼10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8개가 있었고 전면에 마련된 5평 정도의 무대에는 4인조 밴드가 연주할 시설이 되어있다.
홀 주위를 둘러싼 2∼3개의 룸에는 이미 손님들이 들었는지 곳곳에서 악기연주와 노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웨이터가 가져온 메뉴판엔 코냑 한 병 46만원, 시바스리갈 위스키 26만원, 맥주 작은 병 8천원, 안주는 생율·과일·오징어 등이 모두 10만원씩으로 적혀있다.
오전1시30분이 되자 룸에 있던 손님들이 호스티스들과 함께 홀로 우르르 몰려나왔으며 잠시 후 실내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 화려한 옷을 입은 무희 1명이 나와 밴드의 잔잔한 연주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동작이 점점 정열적이 되면서 무희는 하나씩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고 완전나체가 됐을 때 무대조명이 꺼지고 춤은 끝났으며 손님들은 다시 룸으로 들어가 새로운 주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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