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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대선 판 흔들리는데 과거 캐기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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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대통령 선거 구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수 국민이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앞으로 선거일까지 연일 홍보와 관련 보도로 국민의 눈길을 묶어놓을 전망이다. 현 정부와 집권당의 실패한 흔적은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정상회담의 거대 이슈는 야당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도 파묻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후보들은 태평하다. 위기감이라고는 없다. 새로운 국면에 대한 대응은커녕 당내에서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데 골몰해 있다. 음해를 사주했다느니, 금품을 살포했다느니 연일 서로 폭로를 반복하고 있다. ‘유신시대의 퍼스트레이디 5년은 부끄러워할 일’ ‘옥중 출마 가능성’ ‘철천지원수’ ‘패륜’ 등 서로 퍼붓는 악담도 막가는 수준이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치졸한 언쟁만 벌이고 있을 건가. 이렇게 감정의 골을 깊이 파 놓고 경선 이후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과정을 통해 국민도 후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다. 정당한 비판을 넘어 중상모략의 수준으로 치닫는 건 오히려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먼저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꿈을 그려 줘야 한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설계는 없고, 온통 상대방 비리나 들추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 당장 높은 여론 지지율에 취해 경쟁 상대만 넘어뜨리면 본선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턱없는 낙관에서 헤어나지 못한 결과다.

 지금 대선 판이 바뀌고 있다. 저쪽은 정상회담 카드로 모든 판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이 판에 당내에서 사소한 유·불리를 따져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 수도 있다. 내부 다툼에 매달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어떻게 다루고 그에 따른 국가 미래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 아닌가. 이제부터 과거 싸움은 걷어치워라. 미래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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