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잘 아는 외교통 … 김 위원장 깊은 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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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정상회담 협상의 북측 주역인 김양건(69) 통일전선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단단히 받고 있는 인물이다. 평남 안주 출신으로 당 국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통이며 날카로운 판단력, 깔끔한 외모, 젠틀한 매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48세 때인 1986년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존재가 알려졌으며 이전 경력은 베일에 가려 있다. 그러나 2005년 북.중 정상회담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특사의 평양 방문 당시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 옆에 배석하는 등 최근의 북핵 외교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2005년 6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6.17 면담) 때 국방위원회 참사 자격으로 배석하면서 남북 관계에 얼굴을 드러냈다.

김 부장은 국제 정세와 남한에 대한 폭넓은 인식 때문에 김용순 통전부장(대남 담당 비서 겸직)의 사망(2003년 10월) 이후 줄곧 후임으로 거론됐었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그는 6.17 면담 당시 핵문제를 총괄 조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가 통전부장이 된 데는 6자회담의 흐름과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 그가 통전부장으로 임명되자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의 급진전을 점쳤다. 김 위원장이 그를 각별히 신임하고 있는 데다 허담.김용순 등 당 국제부 출신이 통전부장으로 기용된 때 남북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체결(91년), 6.15 정상회담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김 위원장을 독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상회담 협상 과정에서 그가 김 위원장의 전권을 위임받아 성사시킨 만큼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그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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