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高架차도 철거 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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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도심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청계고가도로와 삼일.원남 고가차도 등이 철거되면서 그 그늘에 가렸던 건물과 가로수들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보행자들도 햇빛을 보면서 길을 걷게 됐다. 올해 안에 서울역 앞 고가차도 일부가 헐리면 이제 서울역도 모습을 제대로 드러낼 전망이다.

고가도로는 1970년대 이후 고도 성장기에 자동차 통행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면서 서울에만 1백여개가 건설됐다. 이런 경향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었다. 미국 보스턴, 일본 도쿄 등 대도시들에도 60년대 이후 고가도로가 도심을 가로지르거나 해안을 따라 설치됐다. 고층건물의 증가와 함께 수직적인 공간이용이 효율의 상징으로 여겨졌었다. 주변이 고가차도로 인해 피폐해지고, 보행자들이 콘크리트 그늘로 지나게 되는 불편 정도는 문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가도로 걷어내기가 세계적인 추세다. 보스턴은 15년에 걸친 공사 끝에 고가도로를 지하로 넣고, 현재 그 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시환경과 그에 따른 삶의 질에 그만큼 높은 가치가 두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시작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급속한 세계화에 따라 국가간 경쟁뿐 아니라 도시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로 경관 등 미적인 측면도 도시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도시 자체가 좋은 상품인 셈이다.

물론 고가 철거로 인한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도심 곳곳의 교차로에서 길이 막히는데 일정 부분만 고가차도로 해결한다고 교통이 더 원활해지기 어렵다.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 이후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의 수가 줄어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시민들의 협조정신도 크게 향상됐다. 이제 교통문제는 대중 교통수단의 확충과 교통체계의 선진화 등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는 고가도로 철거뿐 아니라 간판 정비, 가로수 가꾸기 등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수하다. 서울시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