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 쇠고기 검역 제대로 하고 개방 요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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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인 등뼈(척추)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일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하고, 미국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

 우리는 이번에 수입 검역 과정에서 등뼈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이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어기는 일이 계속될 경우 불가피하게 수입이 중단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성의 있게 대처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한·미 양국 정부 간에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뇌·내장·척수 등 광우병 위험 물질과 뼈를 제외한 살코기만을 수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해 수입할 수 있는 쇠고기의 범위를 늘려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또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개정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전제 조건인 듯이 거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한국 정부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범위를 뼈 있는 갈비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수입위생조건이 개정될 때까지는 현행 기준을 지키는 것이 도리다. 뼈 없는 쇠고기만을 수출하기로 했으면 뼈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이후 검역 과정에서 뼛조각이 검출되거나 미국 내수용 뼈 있는 갈비 상자가 포함되는 등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급기야 광우병 위험 물질인 등뼈가 검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검역이 이토록 허술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자고 우리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미국은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자세를 보인 후에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