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대표 단체체결권 인정/“노조총회 동의없어도 효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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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법 첫판결… 노동계 파문
노조위원장 등 단체교섭대표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노조총회의 동의 등 사후 절차없이 곧바로 효력을 갖도록 해야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첫 판결이 내려져 노동계에 파문이 일고있다.
이번 판결은 노사대표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어용노조」 시비 등으로 노조총회에서 종종 번복돼온 노동계 현실에서 ▲노조대표자에게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모두 인정,전권을 가진 노사대표의 협상을 가능케했다는 긍정론과 ▲노조대표와 사용자측의 부정한 결탁을 방지하기 위한 조합원의 집단의사 반영을 원천봉쇄한다는 부정론이 맞물려 논란을 빚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덕주대법원장)는 28일 쌍용중공업 노동조합(대표 김진완)이 조합원총회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체결권이 발동되도록 한 단체협약규정을 고치도록 지시한 창원시장의 명령에 불복해 낸 단체협약변경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노조(원고)의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대법관 11명의 찬성으로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노조대표자에게 있는 「교섭할 권한」이란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은 교섭대표자에게 있고 조합원 총회의 결과에 따라 교섭위원 전원이 연명으로 서명한다」는 (주)쌍용중공업의 단체협약조항을 변경하라는 피고의 명령은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2명중 윤관대법관은 『단체협약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 생존권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체결과정에 조합원의 민주적 절차에 따른 집단적 의사가 특별히 반영돼야 한다』며 『노조대표에게 단체협약체결권까지 인정할 경우 집행부의 어용이나 배임행위를 견제할 수 없고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해하게 된다는 우려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노조는 90년 11월20일 회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총회결과에 따라 단체교섭효력을 갖도록 하는 규정(제66조)을 두었다가 이 규정이 노동조합법(제33조1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창원시가 협약변경 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내 원심인 부산고법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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