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기금 11조 줄줄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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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화사업기금.학습단체육성기금.문화원육성기금.예술제진흥기금.문화예술진흥기금.공무원생활안정기금….

지방자치단체들이 선심성 지방기금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7일 일부 지자체의 2002년도 지방기금 결산내역을 감사한 결과 상당수가 무분별하게 기금을 설치,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기 전인 1994년 7백개(2조1천8백76억원)에 불과하던 지방기금은 2002년말엔 2천2백23개(11조4천2백21억원)로 급증했다. 기금 수는 3배로, 운용 규모는 5배로 증가했다.

지자체들이 지방기금을 마구 설치한 결과 광역시.도는 평균 16~17개(평균 조성액 5천8백50억원), 시.군.구는 8~9개(89억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기금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발휘할 수 없는 1억원 미만의 영세기금이 전체의 18%(4백1개)에 이른다. 또 공익과 관련이 없는 기금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모 구청은 예산에서 공무원생활안정기금 50억원을 조성해 구청 직원들에게 저리(연 3%)로 융자해 주기도 했다.

특히 지방기금은 전체 금액의 82% 정도를 예산이나 국고보조로 충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방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금이 예산에 비해 회계감독이 허술한 점을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 운용과 사후관리도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의 고유한 목적에 맞춰 사용된 금액은 전체의 12.9%(1조4천2백97억원)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기금 재원을 보조하는 기초생활보장기금의 경우 7백50억원 중 26억원만 사용해 활용률이 3.5%밖에 안 됐다.

기금을 횡령.유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2002년엔 수해를 당한 지자체에서 재해대책기금 2억2천8백16만원을 횡령했다 적발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오는 2월까지 서울시와 15개 광역시.도 및 일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방기금에 대한 전면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부산시 안준태 기획관리실장은 "각종 기금 22가지 6천5백억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통합기금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1천6백50억원은 부산시 지방채 상환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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