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 방화비상/한해 3,000건(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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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 2백명 화상·피해 5백억원/불장난·반항심리의 청소년들 소행에 큰 충격/예방대책도 별효과없어 교육제도 허점 노출
영국에선 1년에 약 3천건에 달하는 학교방화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전체 학교중 8분의 1이 1년에 한번씩은 방화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연간 약 2백40명이 중화상을 입고 있으며 재산피해는 4천5백만파운드(약 5백30억원)에 달한다.
학교방화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과 리버풀·버밍엄 등 대도시가 위치한 인구밀집지역. 방화범들은 물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수도권지역 다발
일반적으로 학교방화가 완고한 교장선생님이나 야단을 잘치는 선생님들을 미워하는 데서 오는 복수심리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과는 달리 피해 학교와 직접 관련이 없는 청소년들이 주로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큰 사회적 충격이 되고 있다.
또 이들의 방화 행위는 학교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창한 「주의」를 내세우거나,아니면 불타는 것을 즐기는 병적인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영국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또 반항적인 청소년들에게 지방 자치정부가 증오의 대상이라는 점도 학교건물을 비롯한 공공시설물에 대한 방화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건물은 대개 인구밀집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고 경비도 허술하다는 점 때문에 방화범들의 제1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지방정부청사나 공립병원도 빈번한 방화대상이 되고 있어 학교방화가 그 동기나 목표가 단순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청사도 대상
영국 정부는 청소년들의 방화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하에 설립된 방화방지위원회는 지방교육당국에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하도록 충고하고 있고 학교들에 대해서도 불량청소년들이 학교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대책을 세우도록 돕고 있다.
그밖에 모든 교과목에 방화행위를 하다가 발각될 경우 성인이 됐을때 얼마나 큰 부담을 지게 되는지를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청소년들에게 방화에 대한 호기심만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영국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딴 나라보다 빈발
영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깊이 고려하지 않은채 쉽사리 범죄와 같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것은 어느 한 나라에서만 두드러지는 현상은 아니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학교에 대한 방화가 다른 나라에서보다 특히 빈발하고 있다는 현상은 영국의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보이지 않는 허점과 지역사회가 알게모르게 청소년들에게 안겨주고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이같은 학교방화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평이다.<영이코노미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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