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마미아' 25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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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밀려드는 세금땜에 하루종일 일만 해~"

"안됐네!(코러스)"

"또 나에게는 동전 한닢 남아있지 않다네~"

"슬프네!(코러스)"

지난 5일 오후 예술의전당 연습실. 오는 25일 뮤지컬 '마마미아!'(4월 18일까지.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개막을 앞두고 배우들에게선 긴장의 눈빛이 역력하다.

이날 중점을 둔 장면은 엄마(도나)와 친구들이 돈 얘기를 하다가 뮤지컬 넘버 '머니 머니 머니'를 함께 부르는 장면. 연출자인 폴 개링턴은 노래가 시작되자 주머니에서 돈을 주섬주섬 꺼낸다. 그리곤 배우들 코앞에 돈을 살랑살랑 흔들어 대며 감정을 유도한다. 웬만하면 웃음이 터져나올 법도 한데 배우든 연출자든 시종일관 심각하다.

"연출자는 배우가 배역의 삶으로 들어가 있길 원해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주문하죠. 돈발(?)이 먹혔는지 오늘은 한번에 OK가 됐네요." 치열한 오디션 끝에 쟁쟁한 배우들을 물리치고 주인공 도나 역에 캐스팅된 박해미의 설명이다.

뮤지컬 '마마미아!'(어머나! 라는 뜻)는 엄마와 단둘이 살던 딸이 자신의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스웨덴의 팝그룹 아바(ABBA)의 노래를 바탕으로 했다.

아바의 주옥 같은 노래들, 치밀한 스토리, 깔끔하면서도 다양한 무대 장치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1999년 런던 초연 공연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2년 뒤엔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3년째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인 배우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열린 배우 오디션에는 한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5회에 걸친 '지옥 오디션' 결과 박해미(도나).전수경(타냐).이경미(로지).박지일(빌).이건명(스카이).배해선(소피) 등이 최종 낙점됐다. "그 당시엔 사실 이 작품을 잘 몰랐어요. 사람들이 그저 '엄마 역에 네가 딱이다'고 해 도전했을 뿐이죠. 그런데 만만치가 않네요." 중압감 때문에 박해미는 두달 연습 기간에 살이 5㎏이나 빠졌다고 한다.

세트 없이 바닥에 줄긋고 연습하는 관행과 달리 이곳엔 연습 첫날부터 무대 세트가 세워졌다. 출입문과 탁자.보트뿐 아니라 가방.술병 등 소품까지 모두 동원돼 배우들은 실전과 다름없이 연습에 몰입했다.

'마마미아!'의 압권은 대사가 노래로 절묘하게 넘어가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한국어 대사와 노래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마마미아!'의 해외 공연 연출 담당인 개링턴은 고개를 저었다.

"그간 독일어.일본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가사를 바꾸면서 원곡을 망치는 건 아닌가 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노래를 새롭게 바꾸고 나면 새로운 묘미가 생기더군요. 특히 한국어 노래는 원곡에 아주 가까워 거의 차이를 못 느낄 겁니다."

'마마미아!'는 25일 본공연을 앞두고 8일간의 프리뷰(17~24일) 공연을 한다. 02-577-1987.

박지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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