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그곳에선] 용인 성복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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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울 은평구에 살던 김모(62)씨는 2년 전 부인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김씨는 “이곳에 살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 서울과 가까워 사회생활에도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시 북서쪽의 작은 마을 성복동이 현업에서 은퇴한 장년층의 주거지로 인기다. 성복동 7600여 가구의 아파트에는 60세 전후의 은퇴자가 많이 산다. 서울에서 멀지 않고 주거환경이 쾌적해 자연스레 은퇴촌이 형성됐다.

 용인시에 따르면 성복동 전체 주민 2만2317명 중 대개 민간업체 정년퇴직 나이인 55세 이상이 27%인 6060명이다. 이는 용인시(15.1%)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18.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는 55~65세가 전체 주민의 17.2%로 용인시(7.7%)의 두 배가 넘는다. 성복동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서울·분당 등에서 은퇴자들이 모여들었다”며 “장년층 부부만 사는 집이 많아 평일보다 서울 등지에 사는 자녀가 방문하는 주말이 더 북적댄다”고 전했다. 장년층이 많다 보니 단지 내 상가에는 보습학원보다 치과·한의원 등 전문 병·의원이 눈에 많이 띈다.

성복동은 장년층이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차로 30~40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는 서울 생활권이다. 광교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골프장도 많다. 비슷한 환경을 갖춘 수지구 내 여느 지역에 비해 유독 성복동에만 장년층이 모이는 것은 큰 아파트가 많아서다. 성복동은 132㎡ 이상이 10가구 중 9가구나 된다. 가가자이공인 이순탁 사장은 “은퇴하신 분들은 찾아올 자녀들을 생각해 큰 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상공인 성옥순 공인중개사는 “서울 강남이나 인근 분당에 비해 집값이 저렴해 집을 사고도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전한다. 성복동 아파트값은 ㎡당 평균 425만~455만원으로 강남(1000만원 이상)의 절반 수준이다.

 성복동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 성복동 뒤쪽으로 영덕~양재 간 고속화도로가 2008년 개통될 예정이고 앞으로 분양될 아파트도 큰 집 위주다. GS건설·CJ개발 등이 올해 안에 40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인데 대부분 132㎡ 이상이다. GS건설 이창엽 과장은 “은퇴자들이 살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50대 이상 장년층의 문의가 많다. 마케팅도 이들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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