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지 키르쿠크, 민족간 유혈충돌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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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군의 파병지로 예정된 키르쿠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민족 간의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조되는 충돌=지난해 12월 31일 쿠르드족 민병대가 키르쿠크의 쿠르드 자치지역 편입 반대시위를 벌이던 아랍 및 터키계 주민들에게 발포해 3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오후 아랍인들로 보이는 무장괴한들이 쿠르드애국동맹(PUK) 사무실에 총격을 가해 쿠르드족 이라크 경찰관 3명이 사망했다.

1일 새벽에는 키르쿠크~술라이마니야 간 국도에서 폭발이 발생, 쿠르드족 민간인 한명이 사망했다. 오후엔 칼에 찔려 숨진 두명의 쿠르드족 출신 경찰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키르쿠크 경찰당국은 발표했다.

◇정전합의 깨지나= 지난주부터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디스탄 편입을 지지하는 쿠르드족의 대규모 집회가 열려왔다. 이에 대응해 일주일 후인 31일 약 2천명에 이르는 아랍 및 투르크멘인들은 "키르쿠크는 이라크의 주(州)"라는 구호를 외치며 쿠르드 자치지역으로의 편입을 강력히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문제의 시작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직후 돌변한 쿠르드족 지도자들의 자세다. 잘랄 탈라바니 PUK 의장을 비롯한 과도통치위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지난해 12월 15일 키르쿠크를 포함한 쿠르디스탄 자치지역을 보장하는 연방제 헌법 초안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다수 다른 과도통치위 의원들과 타민족들은 이 같은 언급을 '무리한 욕심'이라고 비난했다.

◇대규모 민족분쟁 발생 가능성도=키르쿠크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탄압받았던 쿠르드족이 전체 인구 90만명 가운데 40%를 차지해 동맹군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러나 키크쿠크의 가장 큰 문제는 민족 간 갈등이다. 다수 민족인 쿠르드인들과 아랍 및 투르크멘인들 간의 불편한 감정이 내재돼 있는 곳이다. 쿠르드족 탄압의 전초기지인 이곳에 후세인 정권은 시아파 아랍인들을 대거 이주시켰고 강력한 정보기관 및 군시설을 설치했다. 따라서 바그다드 함락 직후 많은 아랍인이 쿠르드족에 공격을 당하고 살던 곳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족 간 유혈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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