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해외 채권펀드 경계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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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호조를 보이던 해외 채권펀드 수익률이 1개월 전부터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정책금리 인상이 자본시장에 먹혀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1년 수익률은 여전히 8∼11%로 좋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한 개를 제외하고 전 펀드가 -1%대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신흥 공업국 채권에 투자하는 어떤 펀드는 1개월간 -2%에 가까운 손실을 보았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해외 채권펀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펀드의 특성을 이해하는 분들은 그럴 수 있다고 여기겠지만 국내 채권펀드에만 투자해 본 분들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해외 채권펀드는 ‘채권’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긴 하지만 국내 채권펀드와 상당히 다릅니다. 채권펀드의 수익률은 주식펀드처럼 주식 투자 비중이 아니라 투자채권의 만기까지 남은 기간, 즉 잔존만기가 결정하게 됩니다. 잔존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할수록 시중금리 변화에 대한 펀드 수익률의 변화 폭이 커집니다. 잔존만기가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론 시중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가격 변화 폭을 측정하는 잣대로 잔존만기와 유사한 ‘듀레이션’이라는 측정지표를 활용합니다. 듀레이션이 2이면 금리 1% 변화에 채권가격이 2% 변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듀레이션을 기준으로 해외와 국내 채권펀드를 비교하면 해외 채권펀드가 얼마나 널뛰기가 심한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채권펀드의 듀레이션은 일부를 제외할 경우 1.6 정도지만 해외 채권펀드는 4.5∼5에 달합니다. 더욱이 완벽한 환 헤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채권펀드는 환율 변화의 영향까지 받습니다.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죠. 국내 채권펀드와 해외 채권펀드의 가격변동성을 조사해 본 결과 국내채권펀드는 연 0.2∼0.5%였으나 해외 채권펀드는 연 2∼3.4%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해외 채권펀드에 투자한 분들은 국내 주식이 20% 정도 들어간 채권혼합펀드에 투자했다고 여기면 됩니다. 물론 주식과 달리 채권펀드는 자산가격의 변화보다 이자 수입 비중이 크기 때문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손해 폭이 크지 않습니다. 또 3년 이상 투자하면 절대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 해외 채권펀드이므로 장기 투자자라면 최근의 수익률 급락에 그리 연연해 하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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