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 붕괴" 소방서장 직위해제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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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먼저 우암 상가 아파트붕괴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영령들께 진심으로 명복을 빌어 드린다.
아직도 붕괴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소방서장과 방호과장에게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라는 문책인사는 문책인사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생각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떻게 작은 화재로 인해 건물이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대연각 호텔 화재나 대왕코너 화재 시에도 건물이 완전 붕괴되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붕괴의 원인이 화재에 있는 것처럼 직위해제라는 책임을 소방서에 묻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한다.
5명의 중상자까지 내면서 서장의 진두지휘아래 과장이하 전 직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화재진압과 인명구조활동을 벌였는데도 문책이 따르니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하여 심한 회의감을 느낀다.
항상 음지에서 시민들을 위해 봉사행정을 펼치며 화재 시에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목숨을 걸고 화재진압·인명구조활동을 벌였는데도 문책인사가 따르니 그 허탈감 때문에 근무할 의욕이 나지 않아 직원 몇 사람은 사표를 제출했다.
또한 이 기회를 빌려 각 언론사 및 기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기사는 항상 확인을 거쳐 사실대로 공정하게 발표해 달라.
한 예로 모 일간지의「출동지연」이란 기사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소방관서에서의 출동지연이란 자동차로 인해 도로가 막힌 상태가 아니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매일 30초 이내에 출동할 수 있도록 비상출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암 상가 화재 시 화재 접보 시간이 01시13분, 도착 시간이 01시16분이었다.
소방서에서 화재출동은 주민의 신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주민의 신고도 없이 그곳의 화재상황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다고 사실 확인도 안된「출동지연」이라는 기사를 발표할 수 있는가.
또한 주민의 말만 듣고「소방차 1대 출동」이라는 기사를 발표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소방관서에서의 1차 출동은 기본적으로 6대다. 그런데 주민의 눈에는 사방에 분산 배치된 차 중에서 1대만보고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기사 화하여 쓰는 것은 분명 언론의 사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사는 항상 있는 사실 그대로 공정하게 발표해 달라고 재삼 부탁드리고 싶다. 또한 소방서에 내려진 문책 인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음지에서 항상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방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철회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이상헌<충북 청주시 봉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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