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정책 “갈팡 질팡”/「총액제」싸고 정부·재계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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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작년실시 결과 득보다 실 많아 재계/인상 억제선 관련 부처간 혼선 정부
총액임금제 실시여부를 둘러싸고 올해의 임금정책이 갈팡질팡이다.
정부 부처간 의견조율이 안된 상태에서 재계마저 입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측에 대해 총액임금제실시를 당분간 유보해달라고 건의키로 의견을 모은 재계의 독자적인 총액임금제 추진포기 선언의 이면에는 정부와의 근본적인 시각차이가 깔려있어 주목된다.
당초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동계는 물론 사용자측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도입한 총액임금제가 정부가 의도한 만큼의 실제임금억제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았다.
전 산업의 임금인상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해의 명목임금상승률이 16% 안팎으로 총액임금제 실시이전인 91년 17.5%와 큰 차이가 나지않고 변칙·이면 수당인상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재계로서는 정부가 올해 원만한 임금타결의 선행조건으로 자율적인 노사협상을 누누이 강조한 이상 총액임금제를 들먹일 필요가 없고 어차피 총액임금제를 포함한 모든 노사협상은 정부간섭없는 완전한 자율이 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아닌 사용자측이 노사협상테이블에서 총액임금제 추진을 포기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고 경총은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가 총액임금추진을 포기하려고 꾀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총액임금제의 성과와 실적을 챙기기 위해 를 어기는 기업은 여신규제를 한다느니,세무사찰을 받게 한다는 등 온갖 「겁주기」를 해놓고 지금까지 정작 취한 규제가 구체적으로 뭐가 있느냐는 재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정부가 들어선 뒤 지금의 총액임금제가 꼭 실시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시장지배적 독과점기업 등 임금을 주도하는 민간기업에 대한 임금억제선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을 긋지 않고 일단 노사자율협상의 기회를 먼저 주겠다는 뜻이지 재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한」 자율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어느 정도의 노사자율이란 틀을 만들어 주겠다며 「양보의사」를 나타낸데는 그 나름의 계산된 복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높은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산업현장에 퍼져있어 정부가 억지로 낮은 수준의 임금억제선을 설정하지 않고 노사자율협상에 맡겨도 충분히 저율의 임금인상안이 나올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임금억제선에 대한 정부,그것도 부처끼리의 의견이 다른 것도 또 다른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투자·출연기관 3% 임금인상,고임금 대기업 등 3% 유도」를 시도하려 했던 기획원은 최근 장관의 발언으로 민간기업의 경우 겉으로는 노사자율 결정에 따르지만 실무진은 지금도 3% 억제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노동부는 전 산업의 올해 명목임금상승률이 GNP기준 생산성향상예상치 안팎이 되도록 유도하고 임금억제선을 한자리수(9%이내)로 잡고있다. 또 노동부는 노·사·공익대표로 짜여진 임금정책협의회를 구성,이달말까지 임금억제선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준강제적 임금억제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한자리수의 마지노선을 염두에 두고 억제선 준수 등에 따른 제재조치 등 사후관리방안을 마련중이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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