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개성 강해 취향 갈리는 와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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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29면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뒤 유명해진 포도주가 한두 종류일까마는, 이 ‘팔레오 로소’ 또한 자고 나니 스타가 된 와인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이탈리아산이지만, 이탈리아산 답지 않은 와인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토착 품종이 아닌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블렌딩해 만드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아기 다다시가 설명했듯, 2000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70%와 카베르네 프랑을 30%로 블렌딩해서 만들었고, 2001 빈티지는 카베르네 프랑 100%로 제조해 두 와인의 스타일은 각각 매우 개성이 뚜렷한 편이다.
그래서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는 와인이다. 필자 역시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2001 빈티지에 좀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2000 빈티지는 더 잠들어 있어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나 할까. 빛깔은 둘 다 루비 컬러로 비슷하며 광택도 매우 뛰어나다. 2000 빈티지는 강한 향, 2001 빈티지는 좀 더 따스한 느낌의 내음을 자아낸다. 두 와인 모두 2시간 이상의 디캔터 브리딩이 필요하다.
2000 빈티지의 경우는 서서히 풀리면서 자기 자신의 모든 향을 뽑아내기보다는 조금은 닫혀 있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2001 빈티지의 경우 잔잔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의 향기가 코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밸런스는 2000 빈티지의 경우 좀 더 떫은 맛이 돋보이는 반면, 2001 빈티지의 경우는 튀는 모습 없이 매우 조화로운 모습이다.
2000 빈티지가 농축되고 강한 향과 좀 더 파워풀하며 팔래트에 치중을 두었다면, 2001 빈티지의 경우는 화사한 향과 실키한 팔래트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보고 싶다. 둘 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필자는 2001을 권유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다. 하지만 와인은 주관적이니 각자 취향에 맞게 테이스팅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두 와인을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하면서 테이스팅하고 싶다. 이준혁(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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