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 확전에 대비하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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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업보조금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EC간의 무역분쟁이 마침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C의 일부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측의 강경입장표명은 클린턴대통령 당선자의 보호주의 정책노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어 한층 큰 충격의 파문을 던지고 있다.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과 EC가 보복과 맞보복을 주고 받는 무역전쟁으로 돌입하기까지는 아직도 몇단계의 고비가 남아 있다. 오는 9일의 EC무역장관회담에서 어떤 대응책이 마련될 것인지,그리고 미국측의 보복관세 부과가 단행되는 다음달 5일 이전에 어떤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동안에 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EC,그리고 세계무역질서의 안정에 크게 공헌해온 GATT가 무역전쟁의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먼저 당부하고 싶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G7중의 5대국이 포함된 미국·EC지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추구에 급급한 나머지 세계경제질서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갈 만큼 비이성적이지는 않을 것임을 믿고 싶다.
미국·EC간 분쟁의 결말에 관계없이 이미 온 세계에 짙게 깔린 경제전쟁의 짙은 전운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미국의 EC에 대한,그리고 EC의 미국에 대한 강경원칙이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출상품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나 보조금지급에 관한 시비로 미국·EC국가들이 가해온 압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5분의 1 이상이 통상압력에 따른 제재대상이 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전체수출이 늘고 있는데도 선진국에대한 수출이 줄고 있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벌써부터 경제전쟁의 전화가 눈앞에 다가와 있고,또 확전의 분위기가 끊임없이 고조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대비책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EC·일본 등과의 각종 통상현안에 대한 항목별 대응책은 접어두고도 우선 국제통상환경의 급변에 대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기본인식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런 공통인식의 바탕위에서만 정치권·정부·업계의 짜임새있는 공동대응이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손발 안맞는 정부·업계의 관계는 경제전쟁을 준비하는 전열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경제의 변화에 한층 기민하게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고 대외경제정책의 전략,정책수단,민관의 정보교류와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입안,관리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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