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경영다각화 성공적”/미 스탠퍼드대 스펜스교수(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외경쟁력 확보에 큰힘
『최근 나타나는 한국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급성장 뒤에 따르는 당연한 조정으로 본다. 한국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30% 이상의 높은 저축률을 보이고 있는만큼 앞으로 10년 내에 공업선진국 대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동양그룹(회장 현재현) 초청으로 19일 내한한 A마이클 스펜스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장(49)은 한국경제의 앞날을 신중하게 낙관했다.
미국 경영학계의 석학으로 꼽히는 스펜스교수는 지난 78년 갈브레이스상을 수상한바 있으며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도 오른 적이 있다.
­방한 목적은.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연구과제인 포철 등 한국 초일류 기업에 들러 성장비결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한국대학과의 원활한 교류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를 보고 느낀 점은.
▲제조업 기반이 생각보다 탄탄하고 일본처럼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이 많다는데 놀랐다. 경기논쟁이 있는 모양인데 선진국도 비슷한 경기부진을 겪고 있고 각국의 무역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2∼3년의 성장세 둔화로 침체를 얘기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고 본다.
­미국기업과 비교해 한국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들자면.
▲한국과 일본은 기업경영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미국기업이 단기적인 성과로 사람을 쓰는데 반해 한국·일본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인재를 키우고 기회를 주고 있어 능력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 상당분야에서 일본 수준에 접근해 가고 있으며 연구개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잠재력이 크다. 다만 마키팅이 많이 뒤처지는 것 같다. 한국의 내로라 하는 세계적 기업이 어떤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는지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사업다각화가 문어발식 확장이란 논란도 있는데.
▲다각화는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낳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의 다각화는 선진국의 기술 및 투자 수준을 단기간에 쫓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성공사례로 본다.
­미국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클린턴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가 집권한다면 미국 경제정책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많이 나올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자국산업 보호와 통상압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정책 기조의 혁신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스펜스교수는 한국학생의 자질을 극찬하면서 방한기간중 되도록 많은 한국학생을 스탠퍼드대에 유치하고 싶다고 밝혔다.<이재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