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진화 방향은 그때 그때 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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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진화는 진화한다
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이은희 옮김,
도솔, 176쪽, 8500원

다윈의 진화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심리분석과 더불어 인류의 세계관을 바꾼 혁명적 이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진화론 탄생의 배경, 진화의 과정과 원동력과 등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진화이론가인 지은이는 이런 잘못된 상식을 짚어준다. 우선 진화론은 다윈이 '발견'한 것이 아니다. 앨프레드 러셀 윌리스가 다윈에 앞서 진화이론을 설명한 논문을 작성한 바 있다.

아직도 미국 일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창조론은 과학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이미 극복된 것으로 여겨지는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라 통박한다. 창조론자인 17세기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부학장이었던 존 라이트 푸드는 창조의 날짜를 기원 전 3928년 9월 17일 오전 9시에 신이 세상 만물을 만들었다고 계산해 냈다. 지구의 나이가 수십 억년에 이르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이같은 창조론은 설 자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생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거나 '진화의 정점'이라는 믿음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란다. 이는 진화가 점점 더 고등한 생명체를 배출한다는 '직선적 발전'이란 믿음에 근거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오해라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들에겐 수백만 가지의 생존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생물이나 생존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진화는 미리 결정되어 있거나 어떤 목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며 "그때그때 특정 환경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설명한다. 우리가 진화를 고등생물체로의 진보와 동일시 하는 것은 네 발에서 점점 두 발로 걷는 인류 진화과정 그림을 흔히 보아온 탓이라고도 한다. '과학의 절대지식' 시리즈로 선보였는데 과학 지식을 쉬우면서도 적확하게 설명한 것이 앞으로 나올 책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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