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하파 내분·정치불신 증폭/가네마루 사퇴… 일 정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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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궁택정권 버팀목 상실 “타격”
일본 정계의 최대 실력자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 자민당 부총재가 결국 의원직을 사임,정계를 은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계는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자민당 최대파벌 다케시타(죽하)파의 내분,정치권에 대한 불신확대,정치개혁 압력 등으로 정국은 심한 진통을 겪게 됐다. 또 미야자오 기이치(궁택희일)정권은 버팀목 상실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네마루가 의원직 사임의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정치자금 스캔들에다 폭력단 관련 사실마저 드러남으로써 더이상 버틸 명분을 잃은 때문이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사임요구,언론의 집중포화,야당의 정치공세는 더욱 격렬해져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야당은 가네마루의 국회증언을 요구,이에 불응할 경우 국회를 공전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자민당내에서도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네마루의 사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의 거센 비판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직 각료가 그에게 퇴임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가네마루가 택할 길은 의원직 사임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의원직사임으로 이 사건이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민당과 다케시타파는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야당의 가네마루에 대한 국회증언 요구 ▲가네마루가 받은 5억엔의 행방 ▲폭력단 관련 사실 규명 ▲다케시타 전 총리의 국회증언 ▲정치개혁 등 문제가 남아 있다.
야당은 이달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가네마루와 다케시타 전 총리를 증인으로 불러 도쿄사가와규빈(동경좌천급편) 사건 및 폭력단 관련사실을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가네마루가 그의 말대로 자파의원 60명에게 5억엔을 나눠주었을 경우 이들 모두 『1개인으로부터 연간 1백50만엔이상 받지 못한다』는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이 된다. 야당과 언론은 이를 계속 추궁할 태세다.
이밖에 이번 사건으로 일본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더욱 깊어져 이제는 말로 만이 아닌 진짜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가네마루 개인의 일이 아니라 다케시타파와 자민당 전체의 책임으로 연결돼 뭔가 국민이 납득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편 다케시타파는 가네마루회장의 사임으로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회장대행진영과 반오자와진영으로 갈라져 치열한 권력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케시타파는 다케시타 전 총리와 가네마루회장이라는 장로밑에 오자화회장대행,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전 대장상,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 전 간사장,가지야마 세이로쿠(미산정육)국회대책위원장,하타 쓰토무(우전자)대장상,오쿠다 게이와(오전경화)운수상,와타나베 고조(도부항삼)통산상 「7인방」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다케시타 전 총리가 리크루트사건으로 근신하고 있는 동안 파벌의 실권을 쥔 가네마루는 그동안 오자와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집중적으로 키워온 탓으로 오자와는 7인방중 선두주자가 됐다.
그러나 가네마루라는 거목이 퇴장함에 따라 오자와회장대행에 강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던 가지야마국대위원장,하시모토 전 대장상 등이 「오자와 후계」를 거부하고 나섰다. 특히 가지야마나 하시모토와 오자와는 사이가 극히 나쁘다. 이에 따라 다케시타파는 오자와­와타나베­오쿠다 등 오자와 진영과 가지야마­하시모토­오부치 등 반오자와 연합전선(하타대장상은 중립)으로 나뉘어 으르렁거리고 있다. 반오자와 연합전선은 오자와에게 가네마루 사임으로까지 연결된 정국운영 책임을 묻고 있다.
다케시타파가 분열될 경우 다케시타파에 의한 자민당 지배가 종말을 고하게 되며 자민당은 정계개편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공멸이라는 위기의식속에서 어떻게든 다케시타파의 분열을 막기위해 집단 지도체제로 갈지,아니면 이번 기회에 딴 살림을 차릴지는 내년 선거이전에 결판날 것이다.
한편 미야자와총리는 지금까지 정국수습을 위해 나서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눈치만 봐왔다는 측면에서 리더십부족이 또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당과 국회를 가네마루의 다케시타에 의존해온 미야자와총리가 이제부터는 자신이 당과 국회운영에도 책임을 지지않을 수 없게 돼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된 것이다. 따라서 미야자와 정권의 수명도 길어야 내년 선거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분석가들의 전망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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