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값 폭락 … 올 실적 전망 줄줄이 하향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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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메모리 가격이 끝없이 추락해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들이 반도체 시장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달 들어 메모리 현물가격이 반등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모리 한파로 고전하는 업계=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값의 약세로 지난해보다 2.5%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4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올해 성장률을 6.4%로 예상했다가 반년 만에 절반 이하로 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시장규모는 2692억 달러에 그친다는 전망이다. 가트너의 집계 결과 1분기 세계 반도체 판매 실적은 지난해 4분기보다 5% 줄었다. 1분기는 계절적으로 반도체 비수기지만 수요 감소폭이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것이다. 가트너의 리처드 고든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이 연중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도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2814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보다는 덜 비관적이지만 지난해 말 예상한 성장률 10.6%에서 2.5%포인트 낮춘 수치다.

지난해 말까지 512 메가비트(Mb) DDR2 기준으로 6 달러 전후였던 D램 가격은 지난달 말 1.7 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낸드 플래시 시세가 급락하자 생산라인을 D램 쪽으로 대거 전환한 때문이다. 올 초 첫 선을 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에 대한 기대도 D램 라인 증설 붐에 한몫했다. 그러나 '비스타 효과'가 생각보다 미미하자 D램 값의 폭락을 불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돼 영업이익이 8000억원 선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이 회사의 한 분기 이익이 1조원에 못 미치게 될 경우 이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지며 D램 값이 폭락한 2001년 4분기 이래 6년 만이다. 하이닉스는 2분기에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예상한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하반기부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D램 값은 지난달 말 1.7 달러를 기록한 후 열흘 동안 11% 반등했다. 플래시메모리의 하락세도 일단 멈췄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그래픽 D램 같은 고급제품 비중을 3분의 1 이상으로 끌어 올려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이닉스는 연말까지 경기도 이천 M10 라인의 40%를 D램에서 플래시메모리로 전환한다. 중국 우시 지역 하이닉스 공장의 D램 생산이 늘어난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적은 플래시메모리 쪽으로 국내 라인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IR팀장)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9%의 공급 초과 현상을 보인 플래시메모리가 올해에는 2분기부터 수요 초과로 돌아서며 연간 1.2%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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