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해 가는 고향 조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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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제 자연의 고향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정들어 같이 사는 사람들이
고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산이 있던 자리에 산은 없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바다는 없고
개천이 있던 자리에 개천은 없고
뚝이 있던 자리에 뚝은 없고
살구, 복숭아, 앵두나무 있던 곳에
살구, 복숭아, 앵두나무는 없고
그저 황량한 인간들의 아파트만 늘어가고
쓰레기들만 쌓여 갑니다
아, 이러한 고향 없는 지구에
어머님, 저는 지금 이 이승을 살고 있습니다.
◇약력
▲1949년 시집『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 ▲시집『바다를 잃은 소라』『추억』 『지나가는 길에』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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