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동북아 인식 갈등 해법 찾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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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동북아, 혹은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과 서술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의 역사 관련 학술대회인 제50회 전국역사학회대회의 올해 주제는 '동북아의 평화와 역사 서술-자국사와 지역사'. 계간 '역사비평'(2007 여름호)도 '탈중심의 동아시아사 쓰기'를 특집 주제로 잡았다. 한국.중국.일본 간 역사 갈등을 풀어 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한국 시민단체.정부.학계가 앞장=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12년부터 고등학교에 '동아시아' 과목을 개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주도해 '미래를 여는 역사' 등 3국 공동의 역사 부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의 정부.시민단체가 동북아 역사 분쟁의 해결사로, 중국이나 일본에 앞서 달리는 양상이다.

6월 1~2일 서강대에서 열릴 전국역사학대회는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역사학계가 본격 개입해 기존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는 자리다.

'동아시아에서 역사인식 공유의 가능성'을 발표할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공동역사교재가 일본 참가자 측의 반성에 기초해 이뤄졌다면, 향후 새로운 단계에서 시작할 공동역사 연구와 집필의 과정은 상호 간에 보다 근본적인 역사인식, 역사관의 충돌을 예고한다"고 내다봤다.

◆자국사와 지역사의 화해=가장 큰 장벽은 자국사 중심주의와 민족주의를 수용하고, 배격하는 각국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백영서 연세대 교수가 발표할 '자국사와 지역사의 소통:동아시아인의 역사서술의 성찰'도 주목할 만하다. 백 교수는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의 화해라는 주제를 오래전부터 주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정부 주도 아래 동아시아 역사교과서를 편찬할 정도로 조건이 충분히 성숙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아시아사의 사례로 제시된 것들이 대부분 자국사와 지역사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결과를 보였다고 그는 보고 있다. 정부가 만들 동아시아 교과서도 그런 결과의 반영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계간 '역사비평' 특집은 공동의 동아시아사 서술을 위한 구체적 시도를 선보인다. '유동적 역사공간-근세 동아시아로의 접근'(차혜원 연세대 교수),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현대 동아시아 경제사'(강진아 경북대 교수), '주변의 시선으로 본 동아시아사'(임성모 연세대 교수)가 실렸다. 국가와 민족 중심의 서술을 뛰어넘어 주변의 시각, 민중의 시각 등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공동의 역사를 복원해보려는 시도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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