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차세대 UI개발 주도 … 박희선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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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팟보다 더 쉽게 MP3 음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차세대 유저인터페이스(UI) 개발을 주도한 박희선(38.사진) 수석연구원이 2년 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동기다. 그는 MP3 파일에 들어있는 정보를 활용해 작곡자.가수.제목 순으로 정렬하는 기본 기능은 물론 음악의 리듬과 빠르기를 분석해 '무드(분위기)' 별로 분류했다. 그때 그때의 기분에 맞는 음악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진에도 이 같은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수천 장의 사진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그는 사진 정보(히스토그램)을 분석해 색상, 구도별로 분류했다.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싶다면 푸른색이나 수평 구도를 찾으면 쉽게 고를 수 있다. 박 수석은 "타잔이 밀림 속에서 치타를 찾을 때 미리 위치확인이 가능한 꼬리표를 달아 놓으면 훨씬 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MP3, 사진 등에 대한 이 같은 분석 작업은 파일을 메모리카드에서 읽어오면서 동시에 이뤄진다. 파일을 그냥 복사만 할 때보다 시간이 20% 정도 더 걸리지만 한 번만 분류 작업을 해 놓으면 휴대전화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서 상하좌우 방향키만으로 원하는 파일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사진을 찍은 장소별로 분류하거나 얼굴 인식을 통해 인물별로 정리하는 기능도 개발할 예정이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박 수석은 충남대에서 박사까지 마친 토종 엔지니어다. 영상이나 필기 인식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했다.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에도 음성인식 분야에서 연구를 계속하다 20여 명의 연구원과 함께 차세대 UI 개발에 도전했다. 그는 "어차피 사람의 음성이나 영상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주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UI는 다음달 일본에서 선보이는 휴대전화에 탑재된다. 내년부터는 국내에서 출시되는 각종 모바일 기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공로로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는 '이달의 엔지니어 상'을 받게 됐다. 과학기술부 후원으로 2002년부터 시상하는 이 상을 받게 된 첫 여성 수상자다.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상패를 수여한 뒤 상금은 내조하느라 고생했다는 뜻으로 부인에게 주는 것이 관례였는데 박 수석이 상을 받게 되자 상금을 누구에게 줘야할지 고민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다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둔 박 수석은 "서울 잠원동에서 수원 연구소까지 출퇴근하느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면서 "주말에 몰아서 화끈하게 엄마 노릇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람과 기계 사이에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 또는 물리적인 장치. 크게 입력 체계와 그에 따른 반응 또는 결과를 보이는 출력체계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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