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지원에 따르는 혼란 막자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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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4년 새 대입제도에 복수지원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의 연구 의뢰에 따라 대학교육심의회가 마련한 내용에 따르면,입시 일자를 우선 종래대로 전·후기로 나누고 각기 10일간의 기간을 둬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시일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대학의 선발권과 자율성을 높이면서 고득점자의 탈락을 예방하고 대학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장점을 지닌다는 점에서 새 대입제도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원칙적 제도라고 본다.
다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원칙적으로는 좋으면서도 시행과정에서 좋은 면은 사라지고 나쁜 면만 강하게 부각될 소지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복수지원에 따른 여러 폐단 또한 사전에 신중히 검색되고 보완돼야 할 것이다.
우선 대학 쪽에서 본다면 대학의 차별화가 생겨나는 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같은 수준의 명문 대학이 입시일자를 달리했을 경우 수험생은 두 대학에 응시해서 둘다 합격했을 때 어느 대학을 택할 것인가. 어느 한쪽 대학만 집중적으로 선택한다면 다른 한쪽은 굳이 시험일자를 달리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쟁적인 대학들은 같은 입시일자를 공동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하위권 수험생 입장에서 본다면 가능한한 모든 대학에 지원해서 불합격의 위험도를 줄이겠다는 노력을 보일 것이다. 수험생은 10일간 많게는 5개대학에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한 대학을 선택한다면 4개 대학은 결원에 따른 추가모집의 입시관리 혼란이 예상된다. 선택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좋지만 이에 따른 혼란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큰 원칙의 합리성에 비한다면 사소한 부작용일 수 있지만 예상되는 문제점은 치밀하게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새롭게 도입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여러차례 모의 시험을 거쳤지만 아직도 생소하고 감을 잡지 못하는 형편이다. 여기에 대학마다 대학별 고사의 과목수가 다르고 출제경향은 전혀 알지 못한채 게다가 입시일자마다 제각각이니 수험생 입장에서 본다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새 제도인 것이다.
새 제도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서 대학이 할 일은 가능한한 대학본고사를 줄이고 내신과 수학능력시험을 토대로 한 입학사정을 실시하도록 권하고 싶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 대학 본고사의 부활은 새 제도 정착에 큰 부담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므로 가급적이면 본고사 과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 논리로 복수지원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위해서도 대학별고사의 실시를 대학 자율에 따라 늦추거나 축소하는 방안이 거듭 연구되어야 한다. 좋은 제도의 도입을 건전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대학 자율화시대에 더 절실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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