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양준혁, 산삼 먹었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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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변화'가 '꾸준함'을 만든다.

프로야구 15년차 양준혁(38.삼성)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꾸준함'의 미덕을 숭배한다.

양준혁은 1993년 타격 1위, 홈런.타점 2위라는 '트리플 크라운급' 활약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수위타자 네 차례(93, 96, 98, 2001년) 등 자신의 말처럼 "상은 탈 만큼 타 본" 그였지만,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다른 이의 몫이었다. "성적이 꾸준한 편이라 확 솟아오른 시즌이 없다"고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한다. 그렇지만 9년 연속 3할 타율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양준혁에게 홈런은 2순위다.

"홈런은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죠. 꾸준히 안타를 치는 게 팀 기여도는 더 높죠."

그는 안타의 '꾸준함'을 더 높이 산다. 그가 생각하는 타격의 목표도 '진루'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다르다. 21일 현재 12개로 당당히 홈런 단독 1위다. 김태균(한화.11개), 이대호(롯데.9개) 등 싱싱한 20대 거포들을 다 제쳤다. 19, 20일 이틀간은 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13개밖에 치지 못했던 선수가 갑자기 '회춘(回春)'한 것이다. 예상 홈런 수가 44.5개에 이른다. 그의 시즌 최다 홈런은 2003년의 33개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혹시 금지약물 먹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양준혁은 그 소리에 발끈하며 "절대 먹지 않는다"고 정색했다.

대신 몸에 좋다는 음식들은 찾아다니며 '섭취한다'. 몇 년째 매일 먹고 있는 양준혁의 스테이크 식단은 유명하다. '질리지 않느냐'니까 "원래 진득한 스타일이라서 괜찮다. 이렇게 혼자 잘 먹고 잘 사니까 내조할 사람(아내)이 없어도 불편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특별히 홈런을 치려고 하지 않는데도 훌쩍 넘어간다"는 그의 변화를 설명해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양준혁은 항상 변화를 모색한다. 그는 매년 타격 폼을 수정해 왔다. "야구는 계속 발전하는데 같은 폼을 유지하면 퇴보하는 셈"이라는 게 지론이다. 올 시즌엔 타격 후 폴로스로를 평소보다 더 늘렸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처음으로 겨울 전지훈련 동안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 것이다. 그 변화는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제공했다. 양준혁은 원래 근력운동보다 러닝을 즐겨했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부활한 이승엽을 보고 자극받아 이승엽의 트레이너로부터 전문가를 소개받았다. 천천히 근육운동만 하던 예전방식에서 탈피해 하루 3시간씩 빠른 속도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서킷 트레이닝'은 근력과 함께 순발력도 높여줬다.

두 가지 변화는 비거리 증가와 직결됐다.

그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은퇴'다. "지금이 한창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다. 통산 3000안타가 그의 목표다. 현재 안타 수는 1978개로 한국 최초의 2000안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계산상 3000안타를 치려면 앞으로 7~8년은 더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 대학(영남대)과 상무를 거치느라 늦어진 프로 데뷔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양준혁의 3000안타 욕심은 대단하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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